비상계엄 선포 불가피성 최후진술
헌재는 헌법 조문만 보고 결정해야
헌재는 헌법 조문만 보고 결정해야

이날 마지막 변론의 최종 진술에서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의 탄핵 남발과 삭감한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거론하며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계엄군으로 하여금 국회와 선관위를 침탈하게 한 것은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라며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헌재의 판단만 남았다. 판단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다. 정치적 이념과 개인적 성향, 재판관의 임명권자가 누구였는지를 떠나 헌재는 오직 헌법 조문과 법리에 따라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심판 과정에서 이미 어느 한쪽에 치우친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을 불렀다. 윤 대통령 측의 증거 조사와 증인 신청을 연거푸 기각하는가 하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음에도 증인들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이 그 예다. 변론 조기 종결을 서두른 것도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단 며칠 근무하고 탄핵소추를 당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사건에서 찬성과 반대가 4대 4로 갈라진 것을 볼 때, 헌재 재판관들이 같은 사안을 놓고도 얼마든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동향을 봐도 원래 헌법재판은 이념에서 완전히 초월할 수 없는 기관이지만, 우리 헌재는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들은 헌법이나 법의 규정과는 무관하게 어느 한쪽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정치적 자유가 있다. 그러나 헌재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적 결정을 내린다면 헌법이 존재하고 헌재 재판관이 있을 명분과 이유가 없다.
따라서 오직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과 선포 후 몇 시간 동안 벌였던 일들의 합헌 또는 위헌성을 법리적으로 따져 결정을 내려야 국민의 믿음을 얻을 것이다. 여론은 탄핵과 기각 양쪽으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어 국론 분열상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유증은 남을 것이다. 그럴수록 논리가 명쾌해야 헌재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승복하는 대의(大義)를 보여줘야 한다. 탄핵소추에 앞장선 야당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행여 양측이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비치기라도 한다면 분열을 부추겨 국가적 혼란을 키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도 헌재를 신뢰 또는 불신하는지와 상관없이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권리 행사를 통해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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