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화력은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에 있어서도 신중한 모습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도 증원 규모였던 2000명이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비슷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은 내년도 의대정원을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의대 증원계획을 무효화하자는 것이다.
누구보다 의료대란이 해결되길 바라는 국민들도 지쳐가고 있다. 주위에선 "이제는 누가 빌런인지 모르겠다" "정부도, 의사들도 답답하다"는 토로가 이어진다. 그나마 희망의 실타래였던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도 표류하고 있다. 권한과 구성을 두고 정부, 의료계, 국민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권도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문제는 의료계는 강경한데, 정부가 신중하다 못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선두에 서서 괜히 의료계를 자극하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제는 곪아가는데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은 이제 당연해져서 조용히 가족과 지인 간 대화에서만 묻어 나올 뿐이다.
누구나 자신의 행동에는 명분이 있다. 국민들도 지난 1년여간 의정갈등을 지켜보면서 정부도, 의료계도 그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것이다. 국민들이 답답한 건 무엇 하나 양보하지 않는 자세다. 문제가 심각할수록 멀리 떨어져 보라고 했다. 100년 뒤 의정갈등은 역사책에 어떻게 기록될 것 같은가. 분명한 건 의료개혁을 밀어붙이다 돌연 과묵해진 정부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도 '영웅'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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