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 노사 갈등 우려
현대제철·세아그룹 등 진출 속도
미국으로 생산 물량 몰릴 수 있어
내부선 "업황 불안한데 투자 의문"
임단협 이어 새 갈등 요소 수면 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각국에 무차별 관세 부과를 선언한 후 현대제철,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 현지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 하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요 부진 장기화로 국내 일부 설비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린 상황에서, 미국 현지로 생산 물량을 이전하게 되면 국내 제조업 구조조정 및 고용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세아그룹 등 진출 속도
미국으로 생산 물량 몰릴 수 있어
내부선 "업황 불안한데 투자 의문"
임단협 이어 새 갈등 요소 수면 위
■美 투자로 철강 노사 갈등 격화 전망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미국 생산기지 구축 검토가 노조와의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짓는 것을 검토 중으로, 공장 부지는 루이지애나·텍사스·조지아 등 미국 남부 지역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해 착공에 들어가고 오는 2029년께에는 제철소를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노조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노사가 임단협에서 성과급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미국 투자가 확정되면 국내 공장 가동 중단, 인력 조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한 내부 구성원은 "이미 업황 부진으로 공장을 축소 운영하고,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성과급 지급도 못하는데 무슨 돈으로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은 전날 노조의 게릴라 파업에 생산 차질이 생기자 무기한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한 바 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공식 담화문을 통해 노사 갈등이 격화된 상황을 언급하고 "파업 철회와 대화 복귀를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도 미국 내 상공정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비가 높고 변동성도 높은 만큼 다양한 옵션을 두고 신중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아그룹의 경우 텍사스주에 연간 6000만t 생산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설비 줄어… 신중한 검토 필요"
전문가들은 변화된 통상 환경에서 해외 생산 확대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현지 공장 건설에 따라 국내 제조업의 일자리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현지에 상공정 공장이 진출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설 개보수를 조금 덜 하면서 일부 설비가 점차적으로 없어지는 것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관세 장벽이 강화된 상황에서 미국 현지 진출의 이해득실을 따져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은 인건비가 높아 이를 감내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야 하고, 우리나라보다 제조 원가 부담이 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고급 제품을 만드는 등의 전략을 세우는 것은 현지에 진출하는 철강기업의 숙제가 될 것"라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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