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구매대행 통한 밀수입, 관여하지 않았다면…대법 "처벌 안 돼"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6 11:00

수정 2025.02.26 11:00

1·2심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대법 "밀수품 수입 관여·의사결정 주도 등 살펴봐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수입한 물품이 밀수품이어도, 밀수입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면 관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문신용품 등을 수입·판매하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중국 업체로부터 총 4회에 걸쳐 8700여만원 상당의 문신용품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실제 물품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신고해 관세 200여만원을 포탈하고, 실제 수입하는 물품과 다른 내용으로 수입품목허가를 받은 혐의도 받았다.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레이저기기를 허가 없이 수입해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 등도 적용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8700여만원의 추징도 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관세법 위반 부분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관세법에서 처벌 대상을 '세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로 규정할 뿐, 수입화주나 납세의무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대법원은 "처벌 조항 중 '세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미신고 물품의 수입화주나 납세의무자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통관절차에 관여하면서 그 과정에서 밀수입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등을 주도적으로 지배해 실질적으로 수입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밀수품 수입화주여도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이 밀수품의 국내 반입 절차나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이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어 "피고인이 수입화주 지위에 있다고 봤더라도, 구매대행업체 사이의 약정 내용, 비용 지급 내역, 피고인의 지시 내지 관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고인이 밀수품 수입 과정에 실제 관여했거나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했는지를 살펴봤어야 한다"며 "이를 살피지 않은 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