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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손실 감내시만 ELS 판매…은행 제재 강도 주목

연합뉴스

입력 2025.02.26 13:44

수정 2025.02.26 15:03

100% 손실 감내시만 ELS 판매…은행 제재 강도 주목

ELS 소비자 대책 발표하는 김소영 부위원장 (출처=연합뉴스)
ELS 소비자 대책 발표하는 김소영 부위원장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율 임수정 채새롬 기자 =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1년 만에 내놓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재발 방지 대책은 은행 점포 최대 10곳 중 1곳에서 원금 100%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만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다.

금융회사의 성과보상체계(KPI)가 고객 이익을 우선하도록 재설계하도록 하고, 판매한도도 매달 투자위험에 따라 승인토록 하는 등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걸었다.

전체의 5∼10%에 해당하는 은행 거점 점포로 판매를 제한해도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가입은 여전히 가능한 데다가,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로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은행들에 대한 엄중한 제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 대책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당국의 규제에도 비이자수익을 노리는 은행의 불완전판매는 반복돼 왔다며 강력한 제재 수단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9월부터 은행 점포 10곳중 1곳서 ELS 판매 재개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9월부터 전체 은행 점포의 최대 10곳 중 1곳에 해당하는 거점 점포에서 ELS 상품판매가 재개된다.

거점 점포에서 ELS 상품에 가입하려면 먼저 거래목적, 재산상황, 투자성상품 취득·처분 경험, 상품이해도, 위험에 대한 태도, 연령 등 6개 필수확인 정보를 제시하고 적합성 평가를 해야 한다.



은행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는 투자자 답변에 따라 점수총합과 적합성을 모두 고려해 적합성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 ELS 투자 지식과 경험 수준이 높고, 수입이 있으며, 향후 증가할 전망이고, 투자 기간이 3년 이상이며 전액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고객에게만 ELS 투자권유를 할 수 있다.

만약 ELS 상품투자에 적합·적정하지 않은 소비자가 가입을 원한다면 투자권유가 없었고, 투자 부적정 판단을 받았다는 보고서 등 문서를 받은 뒤 가능하다.

투자권유를 받고, 가입 의사를 표시하면, 해당 상품과 적합하지 않은 소비자 유형과 위험·손실 사례를 설명받고, 설명 주요내용 확인서를 작성한 뒤 상품을 청약하게 된다.

청약 후 숙려기간인 2영업일 동안 ELS 상품을 안내하는 동영상을 확인하고 최종 청약 의사 확인 후 계약을 확정한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요청시 청약후 숙려 기간에 가족 등 지정인의 최종 가입 확인 절차가 추가된다.

모바일뱅킹 등 은행 비대면 채널을 통한 ELS 상품 가입시 모든 가입 절차를 비대면으로 할 수 있으며, 영상통화로 상품설명을 받게 된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특정 상품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고객 만족 지표나 불완전판매 페널티 반영을 확대하는 등 성과보상체계(KPI)를 고객이익을 우선하도록 재설계한다.

은행별 ELS 판매한도는 매달 비예금 상품위원회에서 승인하고, 투자위험 확대시기초자산 변동에 따른 예상 손익, 민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험 증대시 판매 중단 결정을 할 수 있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특정상품 쏠림현상, 고객별 투자위험 확대 방지를 고려해 상품별·고객별 판매한도를 설정할 수 있다.

[그래픽] 홍콩H지수 ELS 사태 대책 주요 내용 (출처=연합뉴스)
[그래픽] 홍콩H지수 ELS 사태 대책 주요 내용 (출처=연합뉴스)

◇ '전면 금지안'에선 후퇴…은행 제재 강도 주목
"원금전액 배상하라!" (출처=연합뉴스)
"원금전액 배상하라!" (출처=연합뉴스)

이날 ELS 사태 방지 대책은 지난 2023년 하반기 홍콩H지수 기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본격화된 뒤 소비자·업권·전문가와 함께 1년 넘게 논의해 마련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은행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와 관련해 '전면 판매금지안'을 포함한 다양한 안을 검토해 왔는데, 소비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이유 등으로 '거점 점포로 한정 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 금지안에서 일부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판매 채널을 엄격히 제한할 뿐 아니라 핵심성과지표(KPI) 개편, 총량 한도 설정 등으로 ELS 판매를 상당한 강도로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불완전판매사 제재 강화 방침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불완전판매사 제재 내용이 빠진 것 같다"며 "불완전판매 시 수입의 50% 이내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이를 200~300%까지 높이고, 신탁 라이선스를 중단시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ELS 대규모 손실 발생 이후 1년 이상 판단을 유보하다 나온 결정안인데 그에 비하면 은행 페널티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불완전판매 시 은행에 얼마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든가 영업정지를 한다든가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제도화시켜놔야 재발이 안 되고 은행도 의식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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