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재계,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

[파이낸셜뉴스] "지금 우리 기업들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현 시점에서 이사들이 신속한 경영판단을 할 수가 없다면, 구조조정과 신산업 진출이 어려워져 기업들은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경제 8단체가 26일 국회를 찾아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기업의 생존은 물론 국민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본회의 강행처리를 예고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상법이 개정돼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주주로 확대된다면, 이사들은 배임죄 등의 소송 위협에 시달리면서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가 없다"며 "신산업 진출은 과거 반도체, 이차전지처럼 사업 초기 영업적자와 주가하락이 수반되는데, 기업들은 주주들의 주가 하락에 대한 소송이 무서워 과감한 투자결정, 인수합병, 연구개발(R&D) 등을 주저하게 돼 미래 먹거리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가능케 해,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제2의 엘리엇 사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3년 행동주의펀드 공격 건 수는 우리나라가 주요 23개국 중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많은데, 상법 개정은 이들에게 국내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김 부회장은 "석유화학, 철강 등 기존의 주력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반도체,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은 중국에 대해 경쟁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며 "기업의 활력이 둔화되면, 투자와 일자리가 감소하여 국민 경제도 함께 어려워지는 코리아 밸류다운이 초래될 것이다.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는 상법 개정보다는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핀셋처방식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도 "상법이 개정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이 시총 규모가 작고 아주 실력 있는 알짜 중소기업"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대응하다가 시간을 다 놓치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재계와 함께 간담회를 주최한 국민의힘도 상법 개정안 관련, "기업 죽이기 법안"이라며 법안 처리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결과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과연 도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며 "(기업이)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경영권 공격 대상이 됐을 때 주주이익도 온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의원 역시 "기업들에게 상법 개정안은 죽고 사는 문제가 될 것 같다"며 "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고 짚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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