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6일 비상계엄 등 상황 담은 책 출간
"윤 탄핵 괴로움 커…지지자들에겐 죄송"
"내게 배신자 프레임 씌워…내가 부족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 -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일인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이 책을 구매하고 있다. 2025.02.26. jhope@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2/26/202502261512559426_l.jpg)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을 기록한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를 사퇴한 지 약 72일만이다.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윤 대통령을 만나 자진 하야를 설득했으나 불발된 일 등을 상세하게 기술하며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과 보수 지지자들을 향한 개인적인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담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대통령이 되면 계엄보다 더 한 일을 할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 '정당한 계엄'이라고만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 소식을 접한 뒤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며 "찜찜한 마음이 들어 문자로 물었다. '무슨 상황인가요' 잠시 후 짧은 답장이 왔다. '비상사탭니다ㅠ'. 밑도 끝도 없이 비상사태라니.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무슨 내용이냐고 다시 묻자 휴대폰 화면에 딱 두 글자가 찍혔다. '최악'. '예산 관련인가요' 물었지만 더 이상 답이 오진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접한 뒤엔 "오래되고 불쾌한, 역사책에서나 보일 것 같은 표현이 뇌리에 꽂혔다. 잠깐 동안 멍했다. 귀를 의심했다"며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발상"이라고 했다.
직후 계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낸 한 전 대표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권 인사의 전화를 받았는데, 이 인사는 한 전 대표에게 "한 대표가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다. 그러니 국회로 가지 말고 즉시 은신처를 정해서 숨어라. 추적되지 않도록 휴대폰도 꺼놔라. 가족들도 피신시켜라"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죽이려 한다는 말은 황당하고 허황됐지만, 2024년에 계엄령을 내는 건 안 황당한가 싶었다"며 "며칠 뒤, 유튜버 김어준 씨가 계엄령이 내려졌을 때 나에 대한 사살 계획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국회에서 주장했다. 그 뉴스를 보고 내가 12월 3일 밤에 들었던 경고와 같은 얘기인가 싶었다"고 했다.
그는 "메시지 혼선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으로 올 의사가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표결에 참여한 우리 당 의원들이 40명만 되었어도 이후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홍철호 정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김기현·권성동·권영세·윤재옥·나경원·추경호 의원 등과 함께 윤 대통령을 대면한 상황도 전했다.
그는 "꽤 긴 시간 면담이 진행되었지만 거의 대부분 대통령이 말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대통령에게 계엄을 언제부터 누구와 준비한 것인지 물었다.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다"며 "대신 민주당의 탄핵 남발 등 국정을 발목 잡는 폭거 때문에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당한 행동이었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계엄 옹호당이 돼선 미래 없어
한 전 대표는 당초 윤 대통령이 당에 자신의 거취를 일임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대통령을 만나고 온 박정하 비서실장이 '설마 내일 탄핵이 가결되는 걸 막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 하시는 건 아니겠죠'라고 했다"며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발표한 조기퇴진, 국정배제, 수사협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에도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윤 대통령이 '자진사퇴 할 생각이 없다, 결국 탄핵으로 가겠지만 당이 도저히 막을 수 없을 때까지 몇 번이고 탄핵을 부결시켜달라'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결국 대국민 약속은 그날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게 하기 위해 당과 국민을 속인 것 아니냐고들 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한 2차 대국민 담화를 두고 "새로운 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며 "법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고통스럽지만 탄핵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중진 의원들도 '어차피 (윤 대통령은) 구속될 것인데, 우리의 손으로 탄핵을 가결시키면 정무적 부담이 크니 탄핵을 부결시켜야 한다. 우리 손에 피를 묻히지 맙시다. 그러면 한 대표 대선 가도에도 안 좋다'라는 주장을 폈다"며 "그러나 나는 이들의 의견에 반대했다. 계엄을 옹호한 당이 돼서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또 그는 "불법계엄을 해도 조기퇴진도 거부하고 탄핵도 당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이재명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전례를 내세워 사법부를 통제하고, 자신의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몇 번이고 계엄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계엄 외에도 공직선거법 등 처벌 규정을 다수 의석으로 개정해 자신에 대한 처벌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방법 등을 쓸 수도 있다"며 "이미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인 민주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행정권에 더해 사법권까지 장악하려 할 것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세상이 오는 것"이라고 봤다.
◆윤과 개인적 인연으로 탄핵 괴로워…지지자에도 죄송
한 전 대표는 특히 ▲한덕수 총리와 공동 담화문 발표 ▲원내대표 선거장에서 '내란 자백' 발언 ▲탄핵안 가결 직후 의원총회 발언 등을 꼽으며 "내가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또 당시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윤 대통령과 보수 지지자들이 겪은 감정적 고통에는 거듭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한 전 대표는 1차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뒤 '한-한 공동 담화문'과 관련해 "민주당 등 야당과 친윤 그룹에서는 내가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다, '건방지다, 네가 대통령이냐'는 식의 프레임으로 집요하게 공격했다"면서도 "급할수록 더 신중하게, 그리고 어떻게 비칠지 더욱 생각했어야 했다. 하지만 서두르다 보니 이때 내가 그러지 못했고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이 일로 인해 계엄 사태를 수습하던 나의 입지는 약해졌다"고 했다.
또 "(원내대표를 뽑는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는 부분에 대한 격앙된 비난이 (있었다). 돌아보니 어차피 차차 법적 판단이 이루어질 텐데 성급해졌던 것 같다"며 "내가 부족했다. 굳이 내가 그때 그렇게 말하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탄핵안 가결 후 의원총회에서 '비상계엄을 제가 한 게 아니다', '제가 투표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 의원들의 반발을 산 데 대해선 "연단을 향해 집어치우고 그만 내려오라는 고성이 여기저기서 나왔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날 내가 험한 말을 들어도 내 입장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그냥 듣기만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에게 힘든 날이었다"고 떠올렸다.
한 전 대표는 "특히 지지자들이 입게 될 마음의 상처를 잘 알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비상계엄 수습 과정에서 국민들과 지지자들께 답답함과 아쉬움을 드린 부분이 적지 않았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선 내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운다. 나는 대통령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크고,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으로 괴로움이 컸지만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내색할 일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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