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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노사 '일자리 지키기'가 우선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6 18:12

수정 2025.02.26 18:12

박신영 산업부 차장
박신영 산업부 차장
현대제철 노조의 게릴라식 파업에 사측이 사상 첫 부분 직장폐쇄로 맞서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노사 대립은 과거에도 있어 왔지만 최근 철강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어 같은 배를 탄 노사 간 극한대치는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0%나 줄었다. 중국의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과 건설·기계 등 수요산업 침체 여파로 실적이 급감한 것이다. 올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5% 관세폭탄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 기업들에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10조원 규모의 제철소 건립을 검토 중이다. 세아제강은 텍사스주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최대 철강회사인 포스코도 미국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변화된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속속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가게 되면 국내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노조와의 극한대립이 이어진다면 사측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압박을 핑계로 생산기지 이전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현대제철 노조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현재 협상 중인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은 사실 지난해 진행되던 것으로, 타결이 지연되면서 회사 실적이 더욱 나빠져 사측의 고통분담 논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 현대차그룹사로서 현대차가 어려울 때는 고통분담을 위해 성과급을 적게 받았는데 현대차 실적이 좋을 때는 또 회사가 어렵다며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노조의 호소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억울함에 노조는 파업을 불사하며 현대차와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얻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처럼 치킨게임으로 치닫는다면 한배를 탄 노사 모두 패자가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성과급을 조금 양보하고 일자리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어떨까.

노조가 성과급 수치보다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다면 여론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우리 철강노조에서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며 성명서라도 내면 우리 기업·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가 불발된 것은 미국 철강노조가 강하게 반대한 탓이기도 하다.


우리 노조도 눈앞의 이익보다는 '일자리 지키기'라는, 후배 세대까지 배려할 수 있는 좀 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대응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padet80@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