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직접 수확한 茶 덖어 판매까지…'글로벌 1위 브랜드' 욕심 [현장르포]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6 18:18

수정 2025.02.26 18:19

최고급 차 생산지 '오설록 티팩토리' 새단장
100만평 유기농 차밭 직접 일궈
외국인도 찾는 제주 대표 관광지
매년 수백만명에게 차 문화 소개
티팩토리, 글로벌 성장 핵심동력
5년만에 영업이익 100배로 키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오설록 티팩토리에서 바라본 한남차밭 전경 사진=정상희 기자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오설록 티팩토리에서 바라본 한남차밭 전경 사진=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상희 기자】 "당장 큰 이익을 보겠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차 문화를 되살려내는 것이 우선이다."(故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자회사 오설록(OSULLOC)이 지난 2020년 이후 5년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가면서 그룹 신성장동력으로서의 비전을 높이고 있다. 서성환 선대회장이 사명감을 갖고 도전한 사업이 수십년만에 빛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국내 차 문화를 되살려내겠다는 신념은 한해 수백만명이 찾는 제주 티 뮤지엄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오설록'이라는 한국 차 브랜드로 이어졌다.



■전세계 유일 원스톱 생산체제 완성

지난 21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한남다원 오설록 티팩토리'는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끝도 없이 뻗은 녹차나무 행렬이 눈 시린 푸릇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기분 좋은 시각적 경험과 함께 달달한 과일향이 티팩토리 건물을 감쌌다. 공장 내부에서 가공 중인 차 향이었다. 팩토리 외부에서도 통창을 통해 차 포장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티팩토리는 방문객들이 차 생산 공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오설록 티팩토리가 단순 증설된 신축 공장이 아니라 일원화된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고급 차 생산지이자, 전세계 차 생산의 중심지가 될 것이란 의지가 그대로 느껴졌다. 현재는 바이어나 협력사 등 관계자들만 관람할 수 있지만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투어 프로그램 오픈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단장한 오설록 티팩토리는 녹차 원재료 재배부터 가공, 제품 출하까지 가능한 원스톱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민석 오설록연구소장에 따르면 산지에서 모든 공정이 이뤄지는 이 같은 체제는 전 세계 유일하다. 오설록 티팩토리는 연간 오설록 제품 646t의 제조 능력과 8600만개의 제품 출하 능력을 갖췄다. 이 소장은 "오설록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용인 신갈에 있던 제품개발팀을 원료 산지인 제주도로 다 합쳤다"면서 "앞으로 더 잘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크다. 글로벌 1위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茶 문화 대표주자

오설록은 지난 1979년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 선대회장이 한국 고유의 전통 차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하며 출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80~1990년대 서광, 돌송이, 한남에 이르는 100만평 규모의 오설록 유기농 차밭을 일궈냈다.

한국 차 문화의 대표주자가 되겠다는 아모레퍼시픽의 목표는 한해 수백만명이 찾는 오설록 티 뮤지엄을 통해 성공적으로 달성됐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티 뮤지엄은 오설록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직접 수확한 차를 덖어 판매하는 로스터리 존과 서광차밭을 바라보며 차를 즐기는 프리미엄 티코스를 만날 수 있다. 2023년 기준 연 평균 방문객은 200만명인데, 10명 중 3명은 외국인이다. 지역민과 함께 꾸준하고 뚝심 있게 일궈낸 차밭이 대표 관광지이자 우리나라 최대 차 생산지가 된 것이다.

브랜딩에도 성공한 오설록은 글로벌 시장 및 젊은 세대(GenZ) 고객 선호를 반영해 내용물을 증량하고, 신제품 출시와 리뉴얼 등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오설록의 매출은 2020년 477억원에서 지난해엔 937억원으로 5년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000만원에서 92억원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해외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아마존 플랫폼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오설록은 영국, 독일, 캐나다로 진출국을 확대한 결과 연평균 세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뷰티 기업이 차밭을 직접 가꾸거나 연구단지를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 브랜드의 성장은 물론 흑자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향후 더 큰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