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 제조업 지원위한 입법 패키지 '청정산업딜' 발표
환경 관련 보고 대상 대폭 축소·간소화…전기요금 인하 등 제안
美中에 치이는 EU…규제 완화, 에너지 비용 절감책 마련집행위, 제조업 지원위한 입법 패키지 '청정산업딜' 발표
환경 관련 보고 대상 대폭 축소·간소화…전기요금 인하 등 제안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과 경쟁에서 밀리는 역내 기업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 단순화와 에너지 비용 절감에 나선다.
EU 집행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에너지 집약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계의 청정에너지·순환 경제 전환을 지원하는 입법 패키지인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을 발표했다.
집행위는 우선 EU 규정을 간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패키지를 채택했다. 일명 '옴니버스' 패키지로,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집행위는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ESG) 책임 강화를 목표로 마련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이하 CSRD)의 규제 범위를 손보기로 했다.
CSRD는 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비(非)EU 기업을 포함한 모든 대기업, 상장 중소기업이 환경·사회적 영향 활동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서를 발행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지속가능성 공시'로도 불린다. 이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기업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관련 보고서 공개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EU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기업의 행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이 입법 과정에서부터 제기됐다. 프랑스와 독일은 규제 범위 축소나 시행 연기를 집행위에 요구하기도 했다.
집행위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 현재 약 5만개로 추정되는 CSRD 적용 대상 기업에서 약 80%를 제외하고, 환경·사회적 영향이 큰 대기업에 보고 의무를 집중시키기로 했다.
또 올해와 내년, 2027년 보고 의무가 있던 기업은 기한을 2028년까지 연장했다.

집행위는 친환경 경제 활동 분류 체계인 녹색분류체계(EU 택소노미) 기준에 따라 지속 가능성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도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적용 기업)으로 제한했다. 그 외 기업은 자율적으로 보고하면 된다.
집행위는 CSDDD 실사 의무도 간소화하고 점검 빈도도 매년에서 5년으로 조정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조정한다.
집행위는 이번 대책에서 연간 50t 이하의 CBAM 적용 품목을 수입하는 소규모 수입업자는 세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전체 대상자의 약 90%가 면제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CBAM 적용 기업의 보고 의무도 간소화한다.
CBAM은 EU 역외에서 생산돼 EU로 수입되는 시멘트, 전기, 비료, 철·철강, 알루미늄, 수소 등 6가지 품목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계산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집행위는 이런 조치들을 통해 60억 유로(약 9조원) 이상의 행정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집행위는 기업에 부담이 되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에너지에 관한 실행 계획'도 채택했다.
에너지 요금의 세 가지 구성요소인 네트워크·시스템 비용, 세금·부과금, 공급 비용을 모두 낮춰 전기요금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집행위는 회원국들에 전력에 대한 국가 세금을 낮추고 소비자가 더 저렴한 에너지 공급업체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할 예정이다.
또 기존 EU 전력 관련 법을 기반으로 장기 공급 계약 도입을 지원하고, 재생 에너지 확산을 위해 에너지 효율 솔루션 도입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가스 가격의 안정을 위해 시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업체와 협력해 추가 수입처를 발굴할 예정이다.
집행위는 이런 방안들을 통해 2040년까지 연간 최대 2천600억 유로(약 391조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집행위는 EU에서 생산된 청정 제품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해 산업 탈탄소화 가속화 법안도 만든다. 공공·민간 조달에 지속가능성·복원력·유럽산 우선 기준을 적용한다. 아울러 올해 철강을 시작으로 시멘트에 이르기까지 산업 제품에 대한 자발적 탄소 집약도 라벨을 도입할 계획이다.
집행위는 단기적으로는 EU에서 생산된 청정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천억 유로(약 150조원) 이상 동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요 원자재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EU 중요 원자재 센터'를 만들어 관심 있는 기업을 대신해 원자재를 공동 구매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고 더 나은 가격과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순환 경제 전환을 가속하고 희소 자재가 효율적으로 재사용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2026년 순환경제법을 채택할 계획이다. 집행위는 2030년까지 자재의 24%를 순환한다는 목표로 세웠다.
집행위는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조만간 최초의 '청정 무역 및 투자 파트너십'을 출범시켜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들과도 협력할 계획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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