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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 이어 유아인도 극복? 배급사 바이포엠 누구냐 너

뉴시스

입력 2025.02.27 06:04

수정 2025.02.27 06:04

곽도원 '소방관' 이어 유아인 '승부' 배급 작년 말부터 본격 배급 시작한 바이포엠 모두가 포기한 '소방관' 떠맡아 385만명 바이포엠만의 홍보·마케팅 주목받기 시작 '소방관' 이어 '히트맨2'도 흥행 대성공해 업계 "5대 배급사 체제 흔들린다" 시각도 "기존 영화 홍보 방식과 다르게 승부 봐" 유아인 리스크 큰 '승부' 성공 여부 관심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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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지난해 말 영화 '소방관'이 개봉 일정을 확정했을 때, 업계에선 "그게 되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던 2020년에 만들어져 개봉 일정을 잡지 못 한 채 기억에서 잊혀진 창고 영화. 게다가 이 작품 주연 배우인 곽도원은 2022년 9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2년 넘게 복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론 시사회 땐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마치 200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처럼 올드하다"거나 "영화가 아니라 공익 광고 같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리고 개봉 전날 12·3 내란 사태가 터졌다.

악재와 악재가 겹치며 '소방관'은 절대 흥행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랬던 '소방관'은 385만명이 봤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믿기지 않는 흥행"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숫자"라고 했다. 작년에 '소방관'보다 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한국영화는 '파묘'(1191만명) '범죄도시4'(1150만명) '베테랑2'(752만명) '파일럿'(471만명) 4편 밖에 없었다. 이즈음 업계에선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에 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홍보·마케팅 회사로 출발해 음원·출판에서 먼저 능력을 인정 받은 뒤 2022년 본격적으로 영화에 투자했다. '소방관'은 이들이 본격 배급을 맡은 첫 번째 대형 영화였다.

"바이럴 홍보(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홍보 방식)를 워낙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니까, 그들의 노하우가 '소방관'을 살린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거죠." 국내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소방관' 흥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긴가 민가 했습니다. 이 관객수가 바이럴로 가능한 거냐는 거죠. 우리 상식에선 바이럴로 만들 수 있는 관객수가 아니었거든요. 어찌됐든 다들 바이포엠스튜디오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했죠."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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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이후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배급한 영화는 지난달 말 개봉한 '히트맨2'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히트맨2'까지 성공시키면 바이포엠을 인정해야 한다"는 농담 섞인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바이포엠스튜디오는 '히트맨2'로 253만명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소방관' 때처럼 악재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히트매2' 흥행을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까다로운 요즘 관객 입맛을 충족해줄 작품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고, 언론 시사회 후엔 혹평이 대부분이었다. '검은 수녀들' 같은 강력한 경쟁작도 있었다. 그런데도 흥행했다. 업계는 진지해졌다. "지난 20여년 간 유지돼온 5대 투자·배급사 체제가 깨지기 시작한 것 같다"는 말이 나왔고, "바이포엠스튜디오의 홍보·마케팅 방식을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본격적으로 배급을 시작해 유의미한 결과를 낸 건 '소방관' '히트맨2' 2편에 불과하다. 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NEW 등 5대 배급사 체제의 균열을 말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긴 하다. 다만 이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한국영화 최전성기였던 2017~2019년 3년 간 한국영화 흥행 순위 20위 내에 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NEW가 배급하지 않은 작품은 없었다. 이 흐름은 코로나 사태 이후 바뀌었다. 2022년부터 2025년 2월까지 3년 2개월 간 한국영화 흥행 순위 20위 내 배급사를 보면 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NEW 외에 '범죄도시' 2~4편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와 공동 배급한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소방관'과 '히트맨2'를 올려놓은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새로 등장한 게 확인된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2022년 '비상선언' 역바이럴 사건 때만 해도 바이포엠은 외부인 취급을 받았지만, 이젠 바이포엠이 주요 플레이어 중 한 명이라는 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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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오는 3월26일 공개 예정인 '승부'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승부'는 '소방관' 못지 않게 리스크가 큰 영화다. 이병헌이라는 믿을 만한 자산이 있긴 하지만 이병헌과 함께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아인이 나온다는 게 문제다. 유아인 문제가 수 년 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고, 재판이 끝난다고 해도 당장에 개봉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승부' 개봉은 무기한 연기 됐다. 사장될 위기 속에서 표류하던 이 작품을 구해낸 게 바이포엠스튜디오였다. 당초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었던 이 작품을 바이포엠이 맡으면서 극장 개봉으로 전환했고, 곧바로 개봉일을 정한 뒤 이달 중순부터 본격 홍보에 돌입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바이포엠스튜디오 이같은 행보를 "놀랍도록 공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막 영화 배급을 시작한 회사가 누구도 떠안으려고 하지 않는 영화 2편(소방관·승부)을 가지고 첫 발을 내딛는 게 상식적인 사업 방식이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언급되는 게 바이럴을 기반으로 한 바이포엠스튜디오만의 홍보·마케팅 방식이다. 홍보에 자신이 있으니까 리스크가 아무리 커도 떠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그 노하우가 뭔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게 효과가 있다는 걸 이제는 많은 영화인이 믿게 되는 과정인 것 같다"며 "이런 특장점 때문에 바이포엠과 영화를 하려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말처럼 바이포엠스튜디오의 바이럴 홍보가 어느 정도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량적으로 입증된 게 없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소셜미디어 홍보 특성상 앞으로도 그 효과를 입증하긴 힘들어 보인다. 다만 이들이 기존 대형 투자·배급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더 유연한 홍보, 틀을 벗어난 홍보를 하고 있다는 건 일선에서 영화 홍보를 담당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확인해주는 부분이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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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홍보사 관계자는 "기존 투자·배급사보다 열려 있다는 건 분명하다"며 "신생 회사라서 의사결정 과정이 간결하고, 홍보사 노하우를 믿고 최대한 지원해주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관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더 효과적일 거라고 예상되는 홍보 방식을 더 빠르게 적용해갈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또 다른 홍보 관계자 역시 "기존에 영화를 홍보하는 방식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바이포엠은 홍보의 정석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직 바이포엠의 성공을 얘기하긴 이른 단계이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들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최근 쏟아진 관심에 대해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우선 영화가 좋아야 홍보도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먼저 꺼냈다. 다소 어려움이 있는 영화를 연달아 맡는 게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한상일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드라마 사업 부문 이사는 "우리라고 왜 부담이 없겠냐"며 "아무래도 이제 사업을 막 시작하고 확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기존 회사들보다는 공격적인 행보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 이사는 "이번에 새로 배급하는 '승부'엔 분명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만 영화 자체에 매력이 있다고 봤다. 최선을 다해서 해보려고 한다.
따뜻한 눈길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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