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구석구석 투어…예술과 삶이 어우러지는 공간의 매력
[현장] 부천아트센터 투어 인기…지자체 첫 파이프오르간 장엄무대 뒤 구석구석 투어…예술과 삶이 어우러지는 공간의 매력

(부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파이프오르간은 오케스트라가 내는 모든 소리를 하나의 악기로 표현하는 유일한 악기라고 할 수 있는데 모차르트도 '악기 중의 왕'이라고 극찬했죠."
지난 25일 경기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공연장 시설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부천아트센터 투어'가 열린 날 참가자 20여명의 눈길이 안내 직원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무대 중앙의 파이프오르간에 꽂혔다.
2023년 5월 부천아트센터 개관 당시부터 이 악기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첫 번째 파이프오르간이며, 국내 공연장을 통틀어서도 세종문화회관(1978년), 롯데콘서트홀(2016년)에 이어 세 번째였기 때문이다.

◇ 파이프오르간 설계·제작·설치에 3년
부천의 파이프오르간은 캐나다 '카사방 프레르'사 제품으로 4단 건반과 2대의 연주 콘솔, 4천576개의 파이프 등으로 구성됐다.
30억원 상당의 이 악기는 설계부터 설치까지 3년이 걸릴 정도로 부천아트센터 공간에 맞춤형으로 제작됐다.
투어 참가자들을 위해 영화 '미션'의 주제곡인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파이프오르간 연주곡으로 들려주자 장엄하면서 웅장한 사운드가 공연장 전체를 순식간에 휘감았다.
긴 파이프의 낮은 소리, 짧은 파이프의 높은 소리가 자아내는 섬세한 하모니는 벅찬 감동을 자아냈다.
투어를 안내한 유수정 부천아트센터 매니저는 "파이프오르간은 악기를 '들여놓는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공간에 맞추어 '짓는다'라고 하는데, 저희 오르간도 이 공연장에 최적화된 악기로 완벽한 선율을 선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평등한 감상' 초점 맞춘 콘서트홀…조수미·조성진도 공연
파이프오르간에 이어 이번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클래식 전용 특화 공연장인 부천아트센터의 콘서트홀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1천445석의 객석을 갖춘 이 콘서트홀의 음향 설계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 공연장을 설계한 영국 에이럽사가 담당해 모든 객석이 평등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콘서트홀은 홀 중심에 무대가 있고 그 주위를 객석이 경사진 형태로 에워싸는 포도밭 모양의 '빈야드' 형태로 구성돼 무대 소리가 고르게 잘 퍼진다.
또 객석과 무대 상부에 설치된 63개의 음향 반사판, 객석 상부 콘크리트 벽을 가려주는 12개의 배너 커튼, 자작나무 벽체를 덮어주는 33개의 레일 커튼을 이용해 장르와 연주 규모에 따라 반사음과 잔향을 조절하며 관객에게 더욱 완벽한 음향을 전달할 수 있다.
클래식 공연에 최적화된 이런 시설 덕분에 부천아트센터는 개관 2년도 안 돼 조수미·조성진·임윤찬 등 세계적인 성악가와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유치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2019년 국가 지정 첫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부천시는 예술과 삶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총사업비 1천148억원을 들여 2023년 부천아트센터를 건립했다.

◇ 부천아트센터 투어, 상반기 8회 모두 매진
부천아트센터 무료 투어는 월 1회꼴로 열리는데,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접수가 마감될 정도로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예정된 8차례의 투어도 회당 인원 25명을 모두 채우며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하반기 일정과 예약 접수는 6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50분간 진행되는 부천아트센터 투어는 콘서트홀 객석, 무대 중앙 파이프오르간, 소공연장, 무대 뒤 분장실과 연습실 등 공연장 곳곳을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이날 투어에 참가한 박수진(37)씨는 "클래식 공연을 종종 관람하는데 평소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무대 뒤 공간까지 둘러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하나의 공연을 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많은 분이 고생하신다는 점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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