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코미디언 이수지가 '대치맘'을 패러디한 유튜브 영상이 웃음을 끌어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영상을 두고 '과했다'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수지는 이달 4일과 25일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1, 2편을 각각 올렸다. 자식의 사교육에 열정을 다하는 '대치맘'을 패러디한 영상이다. 실제로 어디서 본 듯한 '대치맘' 캐릭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이수지의 농익은 연기력은 물론, 사회 문제를 유쾌하게 풍자해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다.
특히 이수지는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복처럼 여겨진다는 명품 패딩 재킷까지 입고 등장, 남다른 '현실 고증 풍자'란 평가도 얻었다.
해당 영상이 주목을 받자, 애꿎은 이들에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와 관련, 일부 누리꾼들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 '자유부인 한가인'에 게재됐던 영상에 악성 댓글을 달았다. 당시 영상은 14시간에 걸쳐 자녀들의 학원 라이딩에 나선 한가인이 차 안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모습 등을 담고 있었다.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 영상 이후 일각에서는 한가인이 극성스럽다며 악플을 쏟아냈다. 결국 '자유부인 한가인' 측은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후 이수지의 풍자 코미디 영상에는 갑자기 '한가인 저격'이란 프레임이 씌워졌다. 사회 현실을 풍자한 코미디가 어느 순간 '조롱'으로 둔갑하더니, 이윽고 특정인을 '저격'했다는 말까지 듣게 됐다.
그간 한국 사회에는 수많은 풍자 코미디들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네로 25시' 등 정치 풍자 코미디가 사랑받았다. 2000년대에는 공개 코미디를 중심으로 여러 풍자 코미디가 탄생했다. 특히 2011년엔 'SNL 코리아'가 등장, 현실 작태를 꼬집는 코미디들을 직설적으로 선보이며 웃음을 줬다.
하지만 최근 코미디계는 오히려 조심스럽다. 정치 풍자를 할 때는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하고, 사회 풍자를 할 때는 특정 계층에 대한 '희화화'와 '조롱'이란 꼬리표가 달릴까 걱정한다. 한국 코미디계에서는 위기론이 등장할 때마다 "너무 제약이 많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수지의 '대치동 맘' 패러디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많은 이들에 웃음을 주고자 만든 풍자 코미디를 지나치게 날 선 시선만으로 바라 보니, 비난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웃음에 각박해지고 유머에 관대해지지 않는다면, 사회의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코미디를 코미디 자체로 보지 않는다면, 그 사회가 '코미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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