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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변론 피고인 얼굴 공개, 위법아냐"…대법원 첫 판결(종합)

뉴스1

입력 2025.02.27 13:43

수정 2025.02.27 13:51

김명수 대법원장 수사협조에 대법관 반…
김명수 대법원장 수사협조에 대법관 반…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법원이 공개 변론 과정에서 피고인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위법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피고인에게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7일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 제7조의 2에 따라 재판장이 대법원 변론 녹화 결과물을 게시하도록 하는 것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공의 이익과 재판당사자의 초상권 등 인격권 침해 우려 사이에서의 이익형량을 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장의 그러한 판단이 법관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했다고 볼 사정이 없는 이상, 그에 따라 이뤄진 대법원 변론 녹화 결과물의 게시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형사사건은 국민 다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면서 "A 씨는 이미 언론 인터뷰에 응하며 자신의 얼굴과 조영남 매니저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널리 알렸으며, 형사사건에서도 매니저로서 행한 행위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사건의 대법원 공개 변론에서는 원고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은 물론 원고의 관여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공개 변론을 녹화한 결과물을 게시하도록 한 재판장의 명령에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이 있었다거나, 법관이 직무 수행상 준수할 것으로 요구되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녹화 결과물을 게시한 담당 공무원의 직무행위는 이러한 재판장의 명령에 따른 것에 불과해 거기에 별도의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대법원 공개 변론의 중계방송 내지 동영상의 게시와 관련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최초로 설시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가수 조영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이다.

조영남과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된 A 씨는 2020년 5월 해당 사건의 대법원 공개 변론에 출석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문화예술계에 파급을 미칠 수 있고, 대중의 공적 관심 사안이었던 점을 고려해 해당 사건을 공개 변론으로 진행했다.

재판은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이후 A 씨의 실명 부분만 들리지 않게 처리한 다음 공개 변론 동영상을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A 씨는 "동의 없는 재판중계와 변론 동영상 게시로 형사사건 피고인이라는 낙인과 오명을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31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재판중계 자체는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모자이크 등 없이 변론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라며 "담당 공무원은 A 씨의 얼굴이 노출된 동영상이 초상권 침해 우려가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고, A 씨는 공적 인물도 아닌 점, 모자이크 등 보호조치를 하더라도 시청자의 알권리 보장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고 보이는 점에 비춰보면 변론 동영상 게시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국가가 A 씨에게 위자료로 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2심에서는 변론 동영상 게시 조치로 인한 A 씨의 초상권 외에도 음성권 침해를 추가로 인정했다. 다만 위자료 액수는 1심과 같은 500만 원으로 정했다.


한편 그림 대작 논란으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영남과 A 씨는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