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중앙-지역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채용 백태가 드러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공개된 27일, 헌법재판소는 선관위 감사가 감사원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는 판결을 내놨다. 감사원은 즉각 반발했다.
선관위 사무총장부터 과장까지 "우리 애가 성실해"..논란 되자 은폐 시도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 감사 결과 수백건의 부정채용이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중앙선관위의 경우 2013~2023년 124회 경력채용에서 216건, 시도선관위는 2013~2022년 167회 경채 중 662건이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앙선관위 고위직들의 채용비리이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던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아들 김모씨에 대해 채용은 물론 전보와 관사 제공, 내부 교육 선발 과정 전반에 특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인천선관위는 2020년 6급 이하 정원이 초과됐음에도 김씨를 8급 경력직으로 채용했다.
김씨는 격오지로 분류되는 강화군선관위에 배정됐지만, 채용 당시 ‘5년 간 근무지역 변경 불가’라는 격오지 근무에 통상 붙는 조건이 빠졌다. 그 덕에 김씨는 1년도 되지 않아 인천선관위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인천선관위는 ‘군선관위 3년 이상 재직’이라는 시·도선관위 요건도 완화했다.
송봉섭 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연수 중이던 지난 2018년 자신의 자녀가 충북선관위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자 담당자에게 전화해 본인의 신분을 밝히고 채용을 청탁했다. 송 전 차장은 자신의 자녀가 “착하고 성실하다”면서 단양군선관위에 추천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당시 단양군선관위 직원 자리는 단양군이 추천한 별도 응시자가 있었음에도, 충북선관위는 나이가 많고 기능직 전환자라는 이유로 거절하고 송 전 차장의 자녀를 단독 응시자로 세워 채용했다.
중앙선관위 고위직 외에 지역선관위 과장급까지도 부당채용 청탁이 비일비재했다.
일례로 2021년 경남선관위 과장이던 A씨는 채용담당자들에게 자신의 자녀가 응시한 사실을 알리고, 채용심사 과정에서도 수시로 전화와 메신저 등으로 상황을 물었다. 이후 자녀가 채용되자 A씨는 채용담당자에게 “고맙다”며 꿀 2병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그간 일부 특혜 채용이 드러나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예를 들어 2021년 9월 경남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투서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문제없음’으로 종결처리했다. 국회의 소속 직원 친인척 현황자료 요구에도 ‘정보를 별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허위 답변을 여러 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거기다 2022~2023년 고위직 친인척 채용 논란에 따른 국회에 대한 답변 제출과 감사원 감사, 자체 특별감사 과정에서 서류 파기 지시 등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
헌재 "선관위는 감사원 권한 밖"..감사원 "감사 범위 재정립할 것"
이 같은 선관위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이날 이번 감사가 감사원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7월 김 전 총장과 송 전 차장 등 4명 간부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은 이에 즉각 유감을 표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의 입법취지와 연혁,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관행, 선관위의 현실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판결문 내용과 취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향후 선관위 감사 범위와 대상을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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