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임기단축 개헌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이 개헌 드라이브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27일 개헌특위를 발족해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개헌의 핵심 요소였던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제왕적 국회'에 대한 문제 제기를 우선시하면서 국정 혼란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개헌특위 출범을 알렸다. 권 비대위원장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면서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제6공화국 체제의 단말마적 수명 연장이냐, 대통령의 희생 결단 위에 제7공화국을 출범하느냐 중대 기로에 서있다"고 밝혔다.
당초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의 논의가 지속됐으나,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지적하며 나섰다. 개헌을 계엄 정국의 야당 책임론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책임없는 권한을 마구 휘두르는 초헌법적 1인 독재 거대야당의 출현을 (1987년) 당시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며 국회 권력을 조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년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임기단축 개헌을 시사한 것에 추진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권 비대위원장은 "개헌, 정치개혁 화두를 던진 것의 의미가 크다"며 "임기를 내던지며 스스로 희생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기회에 권력 구조를 포함한 개헌을 이뤄내야 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도 개헌을 향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혔다.
개헌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최다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맡기로 했다. 특위 위원에는 신성범, 조은희, 최형두, 유상범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개헌특위는 자체 개헌안을 마련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야권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200명이 필요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동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의원들은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날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이 대표와 만나 개헌을 위한 의견 수렴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현재로서는 내란 사태에 집중해야 하지만 해당 제안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며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개헌 정국으로 본격 들어설 경우 모든 관심이 개헌으로 쏠릴 것을 우려해 이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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