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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장관급 첫 방미, 늦었지만 제대로 된 협상력 키우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7 18:32

수정 2025.02.27 20:06

산업장관 "새 한미협력 플랫폼 구축" 통상 압박 넘을 윈윈 모델 만들어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으로 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트럼프 정부와 관세협상을 앞두고 있다. 안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 "미국과 여러 오해를 불식하고 건설적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국내 산업적 역량을 공유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정부와 이런 담판이 이제서야 시작되니 늦어도 한참 늦은 감이 있다. 안 장관의 이번 방문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첫 장관급 방미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 휩싸여 국가 리더십 공백이 길어진 탓이 클 것이다. 비상한 시국 속에서 지금이라도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해 국익을 지키고 대외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가용 외교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 정부의 능력을 이제는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앞서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면담을 가졌으나 여러 면에서 실망이 적지 않았다. 일정을 번복하고 뒤늦게 나타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 기업이 10억 달러 이상 투자를 해야 우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냉혹한 처사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정부의 물밑 외교력이 뒷받침됐다면 우리 민간 사절단에 대한 대우가 달랐을 것이라고 본다. 정부의 기민한 대응과 협상력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여러 논란에도 민간 사절단의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규모는 지난 8년간 1600억달러에 이른다. 신규 양질의 일자리도 우리 기업이 80만개 이상 창출했다. 한국 기업의 공로를 미국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사절단의 무게감을 미국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절단이 제안한 조선, 에너지, 원전, 인공지능, 반도체, 모빌리티 등 6개 분야 협력사업에 러트닉 장관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여기에 힘을 실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낸다면 새로운 윈윈 모델이 가능하다고 본다. 안 장관도 러트닉 장관과 회담에서 새로운 한미 산업 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민간과 적극 소통해 결실을 얻길 바란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비관세 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이젠 구리까지 관세부과 품목에 올렸다. 구리는 국방산업과 AI분야에 활용되는 필수 비철 소재다. 트럼프 정부는 구리를 미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면 국가안보에 중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25% 고율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세계 구리 생산은 중국이 압도적 1위다. 한국은 지난해 5억7000만달러 상당의 구리 제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의 압박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국내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4월부터는 자동차 관세부과 방침까지 밝힌 상태여서 한국 수출은 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정부는 늦은 만큼 총력을 쏟아 우리 국익과 산업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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