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우승에 공헌한 스나가와·미야사카의 우리은행 적응기
"위성우 감독님은 무섭고 훈련은 힘들지만…챔프전 우승만 본다"
여자농구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자식 같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정규리그 우승에 공헌한 스나가와·미야사카의 우리은행 적응기
"위성우 감독님은 무섭고 훈련은 힘들지만…챔프전 우승만 본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농구) 통역들이 외국 선수를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게 된다는데, 제가 지금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이 잘하면 괜히 더 뿌듯하죠."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팀 아산 우리은행은 전주원 코치가 두 아시아쿼터 선수의 통역을 전담한다.
일본에서 온 미야사카 모모나와 스나가와 나츠키는 전주원 코치를 통해 사령탑 위성우 감독의 뜻을 전해 듣고, 전주원 코치를 통해 자신들의 뜻도 전달한다.
이들에게 전주원 코치는 농구 스승이면서 새로운 환경과 통하는 단 하나의 길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이뤄진 모모나와 나츠키의 인터뷰에도 전 코치가 통역으로 나섰다.
두 선수는 자신들과 나란히 앉아 쉬지 않고 일본어를 통역하는 전 코치를 향해 "선수의 마음을 알아주는 똑똑한 지도자"라고 입을 모았다.
훈련이나 경기 중 강하게 선수들을 다그치는 스타일의 위성우 감독과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해야 할 바를 짚어주는 전주원 코치의 코칭이 조화를 이룬다는 게 두 선수의 평가였다.
스나가와는 "위성우 감독님께서 연습이나 경기 중에 뜨거워지실 때가 있다. 그런 상태가 되면 전주원 코치님께서 그걸 조금 풀어주신다. 감독님 지시도 선수의 입장에서 알아듣도록 설명해주신다"고 말했다.

미야사카는 "경기 중에는 설명을 들을 여유가 없는데, 감독님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해서 우리한테 전달해주신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현역 시절 우리나라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였다.
1991년 농구대잔치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해 2011년 은퇴할 때까지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대회 사상 최초의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전 코치의 현역 시절 모습은 알지 못한다. 전 코치가 전설적인 선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스나가와와 미야사카를 본 전 코치는 "세대가 너무 다르다"라며 웃었다.
미야사카는 일본에서는 출근해 소속팀 모기업의 직원으로 일하다가 오후에야 훈련·경기 등 선수로서 일정을 소화하는 '사원 계약'의 형태로 경력을 이어왔다.
하루를 전부 훈련에 쏟는 '프로 선수'로서 일상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특히 우리은행의 많은 훈련량을 따라가는 게 벅찼다고 털어놨다.
위성우 감독이 주문하는 훈련량에 대해 묻자 두 선수는 서로를 바라보고 웃더니 한국말로 "힘들어요"라고 했다.
미야사카는 "내가 운동량 자체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지금도 계속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주원 코치가 최근 들어 위성우 감독이 그나마 훈련량을 줄인 편이라고 설명하자 스나가와는 "전혀 몰랐다"며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미야사카는 코트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호랑이 사령탑' 위성우 감독이 아직도 많이 무섭다.
한국말로 "농구할 때는 무서워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은 미야사카는 "코트 밖에서는 외국인이라서 불편한 게 없는지 많이 신경 써주신다. 세심하게 챙겨주신다"면서 "특히 수비를 지도할 때 굉장히 세세하게 가르쳐준다고"고 말했다.
스나가와는 선수들을 강하게 단련시키려는 위성우 감독의 뜻을 이해한다고 한다.
그는 "처음으로 외국팀에서 뛰는 입장인 만큼 감독님 말씀은 다 들으려고 한다. 감독님께서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면 더욱 철저하게 연습하는 스타일이고, 그 덕에 선수들의 실력도 많이 는다"고 말했다.
스나가와는 자신이 지금 우리은행에서 선수로 뛰는 일 자체가 농구라는 종목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스나가와는 "선수로서 식사, 문화, 환경이 바뀌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와 다른 장소에서 언어도 소통이 어렵다"며 "하지만 농구라는 경기를 통해서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농구로 하나가 되는 건데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도입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미야사카는 1라운드 6순위, 스나가와는 2라운드 1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우리은행은 드래프트에서 가장 좋지 않은 순번을 받았지만,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여준 두 선수 덕에 정규리그를 우승으로 마무리하며 웃었다.

스나가와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평균 24분가량 뛰면서 6.4점 3.0어시스트 2.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미야사카는 29경기에서 평균 16분가량 소화하며 3.4점 1.3어시스트 2.4리바운드를 올렸다.
두 선수가 평균 10점 정도 합작하며 팀 득점(59.3점)의 6분의 1가량을 책임지면서 김단비에게 쏠린 공격 부담도 어느 정도 분산됐다.
전주원 코치는 "분명히 정규리그 우승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고 두 선수의 활약을 평가했다.
두 선수의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 말고 다른 목표는 없다며 각오를 다진다.
미야사카는 "정규리그 우승도 처음 경험해봤다. 이제는 챔프전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지금은 그 외 다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함께 통합 우승을 외친 스나가와는 "한국 선수들에게 '너와 같이 뛰고 싶어'라는 소리를 듣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한국 팬들한테도 사랑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혜진(BNK),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 등 주축이 대거 이탈했는데도 21승 9패로 15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우리은행은 2일부터 4강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상대는 정규리그 4위 청주 KB(12승 18패)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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