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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도체 수출도 뒷걸음질, 여야 국정협의 말뿐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2 18:37

수정 2025.03.02 19:26

中 공세 16개월만에 마이너스
겹겹 위기에 이리 느긋해서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시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시스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그나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줬던 수출이 올 들어 둔화 조짐이 역력하다. 지난해 말까지 장장 15개월 연속 이어졌던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1월 플러스 기조가 끊어졌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1%대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 다행이긴 하나 1~2월 전체로 보면 4.6% 감소를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 걱정이다. 반도체는 지난달 16개월 만에 마이너스 수출로 돌아서 2월 전체 수출을 끌어내렸다.

범용 중국산의 파상공세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 산업을 뒷받침해줄 관련법은 국회에서 하세월이다. 산업 급변기에 정쟁에만 바쁜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시급하다. 언제까지 입으로만 기업과 민생을 부르짖고 있을 것인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00억달러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동월 대비 3%가 빠졌다. 반도체는 지난해 내내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1·4분기 50%, 2·4분기 53%, 3·4분기 41%, 4·4분기 34%를 기록했다. 반도체 강국의 저력을 뽐내며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첫달 8%대 증가세로 수출이 쪼그라든 데 이어 급기야 지난달엔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중국 범용제품의 영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저가제품 과잉생산이 반도체 가격을 끌어내려 국내 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은 계속 나왔다. 실제 인공지능(AI) 산업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는 아직까진 견조한 실적이다. 하지만 범용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DDR4 8Gb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5%, 낸드 128Gb는 50% 넘게 떨어졌다고 한다.

지역을 봐도 양대 시장인 중국, 미국 두 곳이 동시에 불안하다는 점에서 수출 경고음은 더 크게 들린다. 지난달 두 지역 수출액은 모두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규제를 자국 기업 지원과 내수로 돌파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무차별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미국은 당장 오는 12일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부과를 발표하고 내달 2일엔 각국 상호관세를 발표한다.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예고했다. 최근엔 구리에 이어 목재도 관세부과 품목에 올리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목재 수입 관련 국가안보 영향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내 가구업계도 적잖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두 눈 부릅뜨고 대응책을 세우지 않으면 기업들은 벼랑 끝에 서게 될 것이다.

한시도 한눈팔 수 없는 중차대한 시기에 대립과 분열, 정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한국 수출의 심장인 반도체가 중국의 추격에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된 상황에서도 이리 느긋할 수 있나. 중국의 공세를 뛰어넘고 다시 초격차 기술로 AI 호황 기회를 거머쥐어야 하는 것이 한국 반도체의 과제다. 그럴 수 있도록 여야 가리지 않은 전폭적인 지지가 절실한데 아직도 기술직 주 52시간 예외조항은 진전이 없다.
여야정 머리를 맞댄 국정협의체는 있으나 마나 한 자리가 됐다. 지금은 이럴 때가 결코 아니라고 본다.
표보다 경제부터 챙겨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