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틀에 갇혀 있는 민주당
기업 영속성 위해 상속세율 내려야
기업 영속성 위해 상속세율 내려야
여야가 상속세 인하를 놓고 같은 듯 다른 생각을 하며 대립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제59회 납세자의 날인 3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당장 상속세법 개정을 논의하자며 논쟁을 이어갔다. 한 대표는 "과세표준과 공제한도를 30년간의 경제성장과 집값 상승 등을 감안하여 현실화해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세에 관한 여당과 정부의 입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을 낮추자는 것이다. 50%인 최고 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공제한도도 올리자는 것이다.
상속세의 공제한도를 높이는 데는 여야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고 세율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 세율은 그대로 두고 공제한도를 올리자는 민주당과 이 대표의 제안을 '선거 목적'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자 야당은 "국민의힘은 955명 초부자들만의 대변인이냐"며 여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야당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부자감세'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자의 기준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서울의 집 한채라고 해도 서민의 처지에서 보면 수십억원이라면 부자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이들의 상속세를 언급하면서 '초부자 955명'이 혜택을 보는 세율 인하를 놓고 '부자감세'라고 비판하는 것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야당이 말하는 955명은 대부분 기업인들이다.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재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여당이 최고 세율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초부자를 봐주자는 게 아니라 기업 운영의 영속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물론 거기에는 삼성그룹과 같은 거대 기업주, 재벌 일가도 포함돼 있다. 또한 수십년 동안 공들여 키워온 기업주도 들어 있다. 금전적 가치로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기업의 지분은 형식상으로 기업주의 소유이기는 하지만, 기업 자산이기도 하다. 힘들게 키워낸 기업을 수백억원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만약 외국 자본에 매각해야 한다면 국가적 손실일 수도 있다.
민주당의 상속세율 인하 반대의 저변에는 반기업 정서, 반재벌 의식이 알게 모르게 깔려 있다. 그래서 '955명'이 기업주라는 점은 밝히지 않은 채 그저 엄청난 부자들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징벌적인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자는 것이다. 40%도 낮지 않은 세율이다. 상속세가 아예 없는 나라도 있고, 유산취득세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민주당은 다시 한번 세계적 흐름을 살펴보고 부자감세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바란다. 선거 용도라는 비난과 오해를 벗으려면 더 그래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