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국내총생산(GDP)을 추산하는 국민계정통계에서는 세금을 제외한 총부가가치가 피용자보수와 영업잉여, 고정자본소모로 구분되는데 이 중 피용자보수의 비율을 일종의 노동소득분배율로 볼 수 있다. '피용자보수비율'은 2009년 48.5%에서 2010년 47.4%로 하락한 이후 2022년 52.5%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상승해왔다. 노동소득분배율을 측정하는 데 있어 자영업자의 소득을 어떻게 분류할지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면, 자영업자를 제외하고 법인기업만을 대상으로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법인기업만을 대상으로 본 노동소득분배율은 1990년대에는 하락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노동소득분배율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 중 하나는 생산공정 자동화나 로봇 및 인공지능 도입으로 근로자의 입지가 줄어들어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고 근로자의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쉽지 않고 그 값이 무한정 상승할 수도 없지만, 이 비율이 흔히 추측하듯이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생각해 볼 문제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는 것은 근로자 입장에서, 나아가 국가경제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일까? 주어진 크기의 파이에서 더 큰 몫이 근로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당연히 근로자에게는 좋은 일이다. 이는 국가경제 관점에서도 소득불평등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기대되기 때문에 좋은 일이다. 하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을 상승시키고 있는 원인이 파이의 크기를 줄이거나 파이의 크기가 증가하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면?
노동소득분배율은 노동소득을 총부가가치로 나눈 값이고, 노동소득은 평균임금에 근로자 수를 곱한 값이다. 또한 총부가가치를 근로자 수로 나누면 노동생산성이므로, 노동소득분배율은 평균임금을 노동생산성으로 나눈 값이다. 임금보다 노동생산성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낮아지고, 반대로 임금이 노동생산성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노동생산성 향상이 임금 상승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실 노동소득분배율 상승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상이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로봇과 인공지능 도입, 중국 및 인도와의 교역으로 인한 노동의 상대적 가치 하락, 노동생산성이 매우 높은 소수 기업의 높은 시장지배력 등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과 다른 점은 우리나라에는 노동생산성이 매우 높은 소위 '슈퍼스타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는 노동생산성 향상이 산업의 집중과 함께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산업집중도는 지난 20년 동안 대부분의 산업에서 낮아지고 있다. 국내시장 점유율도 높지 않은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기술경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