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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평균관세율, 美 4배'발언에 정부 "사실과 달라, 美에 적극 설명"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5 17:08

수정 2025.03.05 17:26

전문가들 "근거없지만, 협상용 발언" 분석
방위비 등에서 협상카드 활용 가능성 제기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3.05. /사진=뉴시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3.05.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에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대미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은 사실상 0%"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내용이 알려지자 이같이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미한국대사관과 다양한 통상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미국 측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에서 한 상·하원 합동희의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2012년 협정이 발효됐다. 이후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현재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 수준이다. 실효관세율은 관세수입을 전체 대미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환급을 고려하지 않은 세율이다. 만약 환급까지 고려하면 0.79%보다 낮은 사실상 0% 수준으로 내려간다. 한미 FTA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최혜국 대우 실행세율(MFN)은 지난해 기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이는 양자협정이 없는 WTO 회원국에 적용하는 세율이다. 미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적용하는 한미 FTA 협정세율과도 다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과 최근 구축한 다양한 실무 협의체 채널, 방미 예정인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거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방위비 협상, 대미 투자 확대 촉진을 위한 미국의 협상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4배는 한국이 불공정하게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던진 숫자로 봤다.

한국은 한미FTA에 따른 관세 철폐 효과에 힘입어 최근 3년간 연평균 27.5%의 증가율로 대미 무역 흑자가 늘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557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8번째 무역흑자국이다.

방위비 등 다른 분야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4배 높다는 근거는 없지만 그 발언 이후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언급이 나온 것에 더 의미를 둬야 한다"며 "우리나라와의 방위비 등의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협상용 메시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