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도·동남아 신흥시장 선봉장' 조주완 LG전자 CEO...3년치 성적표 보니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6 17:09

수정 2025.03.06 17:13

'IPO 목전' 인도법인 '폭풍 성장'
추가 공장 건설로 '국민브랜드' 입지 굳히기
샤프·도시바·다이킨 日기업, 마지막 보루 '동남아'서 위용
TCL·하이얼 中기업도 미중 분쟁에 동남아行
LG전자, 현지 완결형 체제·AI 가전 승부수
[파이낸셜뉴스] "인도 이야기를 하면 가슴이 뛴다."(CES2025 기자간담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기존의 생산법인, 판매법인에 이어 최근 연구·개발(R&D)법인까지 설립하며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하게 됐다."(2023년 4월 동남아 출장)
조주완 LG전자 CEO가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주완 LG전자 CEO가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로 취임 4년차를 맞은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사장)은 전통적인 가전 업계의 주요 시장인 북미·유럽을 넘어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지역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조 CEO 취임 이후 해당 지역에서 LG전자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둔 가운데, 미·중 패권경쟁으로 중국 전자업체들의 인도·동남아 공략이 최근 본격화된 점은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LG전자는 신흥시장을 단순 제조기지 혹은 시장이 아닌, 생산제조·판매·연구개발(R&D)을 연계한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 확대에 나서며 중국 가전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 시장 리더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14억 포스트 차이나' 인도는 '맑음'
LG가 세계 최대 잠재시장인 인도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미래 성장전략을 모색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구광모 LG 회장이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LG 제공
LG가 세계 최대 잠재시장인 인도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미래 성장전략을 모색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구광모 LG 회장이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LG 제공
4일 파이낸셜뉴스가 LG전자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인도·동남아 현지 법인의 지난해 실적은 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파악됐다.

탈(脫)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른 '14억 시장' 인도 법인은 지난해 매출 3조7910억원, 순이익 3318억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43.4%가 증가했다. LG전자는 현재 노이다와 푸네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인도에서 냉장고, 세탁기, TV 등을 생산 중이다. 최근에는 공장 캐파(생산능력) 증설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인도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설 연휴를 앞두고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R&D 시설인 'LG 소프트 인디아'를 방문했다. LG 소프트 인디아는 LG전자 최대 글로벌 R&D센터로, 가전과 전장(자동차 전기부품), TV 등 주요 솔루션과 인공지능(AI)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두뇌 조직'이다.

생활가전 사업의 수장인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도 지난달 5일부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 공장과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 공장을 방문했다. 이어 그룹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까지 나서 지난 24일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과 'LG 소프트 인디아'를 방문해 시장 상황과 생산 전략을 점검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LG그룹 총수의 인도 방문은 2004년 구본무 선대회장의 방문 후 20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발표한 '2024 인도 최고의 브랜드(World’s Best Brands of 2024 - India)'에서 LG전자가 냉장고 및 세탁기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인도 국민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중 LG전자 세탁기의 인도 내 시장점유율은 33.5%에 달했으며, 냉장고(28.7%)와 인버터 에어컨(19.4%)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는 세계 인구 수 1위, 국토 면적 7위의 대국이지만 가전 보급률이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으로 꼽힌다. LG전자는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대응하고,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키우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문제로 양국 관계가 냉온탕을 거듭하면서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중국 가전업체의 저가공세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LG전자가 고품질의 제품 외에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힘쓰면서 매우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제력 커지자...베트남·인니·태국 가전대전 '치열'

LG전자 신흥국 성적표
(원)
2022년 2023년 2024년
매출 당기순손익 매출 당기순손익 매출 당기순손익
LG전자 인도 법인(LGEIL) 3조1879억 2127억 3조3008억 2313억 3조7910억 3317억
LG전자 베트남 법인(LGEVH) 4조4848억 1763억 5조1333억 1503억 5조6356억 1738억
LG전자 태국 법인(LGETH) 1조4405억 616억 1조5457억 376억 1조8028억 702억
LG전자 인도네시아 법인(LGEIN) 3조2299억 944억 2조8731억 918억 3조3027억 793억
(LG전자 사업보고서)
투자와 성장이 이어지는 인도 시장과 달리, 동남아시아 국가에서의 성적표는 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글로벌 인구 4위이자 동남아시아 시장의 허브인 인도네시아 LG전자 법인의 매출은 △3조2299억(2022년) △2조8731억(2023년) △3조3027억(2024년)의 변화를 보였다. 당기순이익은 2022년 944억원에서 지난해 793억원으로 16% 급감했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내 찌비뚱(생산법인·R&D법인)과 자카르타(판매법인)에 법인을 두고 'R&D-생산-판매-서비스'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체제를 완성해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8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구 대국이자 연평균 5%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신흥시장으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과거 일본 기업들이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지난해 데이터복스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냉장고 시장 점유율 1위는 33.2%를 기록 중인 일본 가전 브랜드 샤프였다. LG전자는 24.8% 점유율로 샤프를 바짝 추격 중이다. 이어 폴리트론 20.6%, 삼성전자 13.6% 순이었다.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공장. 연합뉴스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공장. 연합뉴스
'신흥시장' 베트남 실적은 3년간 요동쳤다.

2022년 4조4848억원이었던 매출은 2024년 5조6356억원으로 연매출 6조 시대에 성큼 다가갔다. 당기순이익도 2023년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V자 반등에 나섰다. LG전자 베트남법인은 △생산법인(하이퐁) △판매법인(하노이·호찌민) △R&D법인(하노이·다낭)으로 구성돼있다.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현지 완결형 체제 구축에 나섰다.

시장조사기관 GfK의 조사 결과 LG전자는 지난해 베트남 세탁기 시장에서 전체 매출액의 24.6%, 판매량의 20%를 차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TV 시장에서는 10% 중반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일본의 소니와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경제의 성장으로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베트남 가전 시장은 한중일 가전 업계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TV는 삼성전자, 세탁기는 LG전자, 에어컨은 일본 다이킨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도 베트남 가전 시장에 도전장을 내면서 한층 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LG전자 태국 생산법인 공장 위에 설치된 태양광 지붕. 현재 라용 공장의 연간 전력량 중 약 20%를 대체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태국 생산법인 공장 위에 설치된 태양광 지붕. 현재 라용 공장의 연간 전력량 중 약 20%를 대체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한편, 일본 전자업계가 강세를 보이는 태국 시장에서 LG전자는 2023년 당기순손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가까이 급감했으나, 지난해 702억원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2023년 태국 백색가전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15.0%) △도시바(10.9%) △LG전자(9.9%) △하이얼(9.4%) △일렉트로룩스(8.9%) 순이었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가전의 비중을 높이면서 현지 고객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