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트럼프 시대, AI산업과 LNG의 함수관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6 18:19

수정 2025.03.06 18:38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귀환하자마자 파리협약을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리협약은 2015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넷제로를 달성하자는 다자간 국제협약이다. 미국은 더 이상 탄소감축이라는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되게 미국 국민에게 가장 저렴한 전기와 에너지를 공급하여 인플레이션에서 해방시켜주겠다고 공헌해 왔다. 연이어서 에너지 인플레이션 해방과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행정명령으로 선언했다.

알래스카와 연근해를 포함한 모든 영토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여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잡고 중국에 빼앗긴 제조업이 다시 미국 땅에서 부흥할 수 있도록 구체적 행정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어나는 데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통하여 AI 경쟁에서 무조건 승리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새로 선임된 내무부 장관 겸 에너지위원장인 더그 버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정책 방향이 AI와 결부돼 있음을 매우 정확하게 표현했다. "미국이 자국의 화석연료 개발을 통해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지 못한다면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은 저렴한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에너지 산업을 재편하고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AI 경쟁에 있어서도 중국 딥시크의 등장은 충격이었으며, 낮은 투자비로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55GW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더 건설할 계획이고, 2035년까지는 85GW까지 천연가스 발전소를 대도시 근방에 건설해 AI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이 치열한 AI 경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AI가 경제성장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AI 반도체 칩을 초고도로 집적하고 병렬 연결해 연산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방대한 자료를 순식간에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최근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물리적 AI가 로봇, 자동화설비와 접목되면서 노동에서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AI는 대규모 연산에서 전기를 사용하고 이 과정에서 발열이 일어나고 냉각 과정에서 전기를 다량 소비한다. AI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전기를 저렴하게 24시간 365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의 특성은 과다공급도, 과소공급도 모두 정전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60㎐ 주파수를 맞추고 안정적 전압을 맞춰야 하는 점이다. 간헐적 자원으로는 AI 반도체 공장도 AI 데이터센터도 돌릴 수 없다. 지리적으로 국한된 자원들이 수도권에 올라올 때까지 송전망 건설을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원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AI와 매칭되는 근거리 발전소가 필요하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는 단기간에 건설이 가능하고 전국 환상망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이 가능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다수의 LNG 발전을 통한 전력공급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또한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한 레버리지로 미국산 LNG 구매라는 달콤한 제안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방위비 협상이나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자원도 없는 현실에서 LNG 해외자원개발은 절대로 놓지 말아야 한다.


국내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기업들은 미국 LNG 도입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어서 정부와 공기업도 에너지 확보에 함께 나서야 할 때이다. 인구도 줄어들 위기의 상황에서 AI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미래가 없을 것이다.
이제 미래 세대에게 AI 인프라 투자와 안정적 전력공급으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물려주기 위한 현실적이고 균형 있는 에너지 정책만이 살길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