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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지난 3개월의 대립과 퇴행 끝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6 18:22

수정 2025.03.06 18:40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아닌 밤중의 홍두깨 같았던 계엄사태가 벌어진 지도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이 석 달 동안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지난 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재판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술회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과연 지난 석 달 동안 나라의 상황이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처럼 지나갔는가?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엄연히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는 탄핵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시위대들이 격렬한 대립 양상을 지속함으로써 사회가 분열되고 혼란스러워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심지어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과도 탄핵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을 조심해야 할 만큼 분열을 넘어 갈등과 대립이 만연해 있다. 특히 시위 군중들이 법원을 침입하고 훼손했으며, 정당 대표들이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훼손하는 언행들이 빈발할 만큼 국가 기강과 사회 질서가 허접해졌다.



정당들이 국민들을 편을 갈라 선동하고 자신들 입장에 따라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만간 있을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고, 탄핵소추는 국회의 권한이다. 이 양자의 충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국민과 정당들이 승복하지 않는다면, 과연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분열된 국론을 정리하고, 흐트러진 사회 기강을 다시 세우는 전기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현재의 대립과 혼란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탄핵에 대한 각자의 판단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 여하를 내려놓고 우리 모두가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는 기술의 대변혁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안보와 경제 판도가 전례 없이 불확실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엄 사태로 한국 정부의 정체성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70년 넘는 혈맹 우방인 미국 정부조차도 한국 정부에 대한 언급을 기피할 만큼 한국은 소외되어 있다.

더구나 내수경기는 위기상황과 다름이 없으며, 수출은 관세전쟁으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은 대통령직의 대행의 대행이 이끌고 있으며, 더구나 최상목 대행은 연일 거대 야당으로부터 불신임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전 세계에 한국같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심각한 나라가 있는가? 이미 지난 보수와 진보 정권들이 이념 노선에 얽매인 정책 추진으로 경제를 망쳤으며, 그 결과로 정권 교체가 반복되어 왔음은 국민 모두가 경험한 일이다. 당면한 정치와 경제에 걸친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정치권은 오직 정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의 진영 대결을 그치지 않는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이 국난을 해결하고 어려운 민생을 구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국정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정 정상화의 전환점이 되어야 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통합하고 정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거리에 나서지 않는 다수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만약 여야 정당들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거나 대선 경쟁의 발판으로 삼아 국민들을 진영 대결로 몰아간다면, 이후 60일의 대선 기간 국정은 더 심각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요동치는 국제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민생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