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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징벌적 상속세, 유산취득세로 개편할 때 됐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6 18:23

수정 2025.03.06 18:23

與 권영세, 상속세 폐지 추진 언급
野 "공제 확대를 패스트트랙으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훈 정책위의장. /사진=뉴시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훈 정책위의장. /사진=뉴시스
정부와 여당이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폐지하고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세제개편 방안을 꺼냈다. 배우자공제 확대와 같은 상속세 부분개편이 아닌, 선진국들이 도입한 상속분에 한해 세금을 물리는 유산취득세로 과세체계를 바꾸자는 것이다. 6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런 방침을 비대위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 배우자 상속세 공제한도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자는 기존 당론에서 아예 폐지 쪽으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더불어민주당이 문제가 되는 최고세율은 손대지 않은 채 '중산층 감세' 이슈를 주도하려 들자 여당이 더 세게 맞불을 놓은 셈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도 지난 4일 "낡은 상속세를 개편할 때"라며 "유산취득세 방안을 3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오래전부터 고민했으나 툭하면 불거진 부자감세 갈등에 그간 제대로 말도 못 꺼냈는데,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을 상속세제 개혁의 타이밍으로 잡은 셈이다.

유산취득세 도입은 중산층의 징벌적 이중과세라는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대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중에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등 4개국을 제외하고 채택한 제도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자의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상속인이 총상속재산이 아닌 실제 물려받는 재산에 한해 세금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상속세 개편은 26년째 해법을 눈앞에 두고도 여야가 싸우다 말기를 반복해온 이슈다. 몇몇 이견은 있으나 대선용 감세 행보를 시작한 여야가 공제한도를 높여 세금 부담을 낮추자는 데는 공감한다. 민주당은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각각 8억원, 10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냈다. 이렇게 되면 12억~13억원(2024년 기준 중위 매매가)의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상속해도 세금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고 한다.

관건은 최고 상속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하자는 여당안을 '초부자 감세'라며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겉으로는 친기업·친시장을 앞세우면서 "시가 60억원 이상의 초부자들 상속세를 왜 깎아주자는 것이냐"고 응수한다. 속내는 대선 표밭인 중산층 달래기에 가 있는 것이다. 최고 상속세율 인하가 빠진 상속세법 개정안을 본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데도 '중산층 감세'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상속세는 연간 10조원대에 이르는 중요한 세수이면서 이해와 이념이 첨예하게 갈리는 세목이다. 그중에 최대주주 20% 할증을 더해 60%에 이르는 최고세율이 논란의 핵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프랑스(45%), 미국·영국(40%), 독일(35%) 등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고액자산가가 한국을 떠나거나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팔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 반기업 규제로 변질된 후진국형 상속세율을 뜯어고칠 때가 됐다. 기업이 활력을 되찾아야 투자와 일자리가 늘고 경제도 살아난다.
낡은 상속세 체계를 바꾸자는 시대적 요구와 여야가 상속세 공제 확대에 접점을 찾은 것만 해도 긍정적이다. 이참에 70여년 유지된 상속세의 틀을 아예 선진국형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따라야 한다. 여야는 '끝장토론'부터 시작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