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마저 밀리면 존폐 위기
대등한 경쟁 위해선 규제 풀어야
주변 가게들과 하나의 상권으로
고객경험 확대해 이커머스 맞서야
대등한 경쟁 위해선 규제 풀어야
주변 가게들과 하나의 상권으로
고객경험 확대해 이커머스 맞서야
■시대착오적 규제 없애 영업 정상화
9일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커머스에 밀려 생존위기에 처한 대형마트업계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상 공휴일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폐지를 우선 꼽았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는 굵직한 2개 규제를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이커머스와 비교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며 "맞벌이가 늘어나는 등 생활양식이 달라지면서 이커머스의 새벽배송 편리함에 대형마트가 규제로 밀리면서 업계가 고사할 위기"라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가 소매 매출액이 600조원 정도인데 51%가 온라인으로 이뤄졌다"며 "앞으로 온라인 비중이 70%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형마트가 온라인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대형마트 소비자들이 대거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도 큰 변수였다. 박주영 교수는 "쿠팡이 대형마트 매출을 계속 따라잡으면서 추월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코로나가 앞당긴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소매업의 종말'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소매업은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이나 브랜드 차별화가 불가능해 결국 싸게 팔거나 특별하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방법밖에 없다"며 "가격 경쟁 위주의 대형마트 경쟁력을 이커머스가 다 없애 버렸다"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 우위, 상품 다양성, 빠른 배송서비스 등으로 '이커머스 쏠림현상'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은 대형 매장에서 먹고 즐기는 것, 편의점은 집 근처에서 가볍게 사고 빠르게 이동하는 것, 공산품은 이커머스 식으로 역할이 완전히 나눠지고 있다"며 "마트가 신선식품 마저 이커머스에 뺏기면 업태의 존폐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권 연동 등 독자 모델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대형마트가 생존을 넘어 경쟁력을 다시 찾으려면 '특화'된 사업모델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는 저가형 상품 중심의 가격 경쟁을 하면서도 실제로 운영 자체는 고비용 구조"라며 "이런 부분을 개선해 미래 소비자의 생활양식에 맞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한 점포와 함께 창고형 마트처럼 낮은 비용으로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공간을 꾸며 정체성과 철학을 반영할 수 있는 소통 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백화점이 맛집을 많이 들이거나 스타필드마켓 등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로 전환하는 것처럼 이커머스가 제공할 수 없는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전환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유통연구소장은 "마트 단독으로 핵심적인 앵커역할을 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주변 가게들까지 하나의 상권으로서 운영돼야 경쟁력이 있다"며 "다이소에 갔다가 근처 식당을 가거나 반대로 원하는 음식점을 방문했다가 근처 오프라인 채널에서 쇼핑을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동선을 연결해 가게가 늘어선 골목을 걷다가 바로 마트로 이어지고, 마트에서 물건을 사다가 바로 옆 음식점으로 가는 식으로 하나의 상권으로 운용되도록 점포들이 개방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lean@fnnews.com 이정화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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