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내 손 안의 AI 법령 비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9 19:35

수정 2025.03.09 20:22

[기고] 내 손 안의 AI 법령 비서
법제처에는 많은 국민이 애용(愛用)하고 있는 국가법령정보센터라는 법령검색시스템이 있다. 종이 법전으로만 법조문을 검색하는 게 어느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로 치부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디지털 형태의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찾고 싶은 법조문을 신속하게 검색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대한 우리 국민의 높은 관심은 일평균 방문자 수 약 80만명, 일평균 웹페이지 뷰 수 약 2200만회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가법령정보센터가 완벽한 검색 시스템일까? 실제로 한 해 평균 8000여건의 전화민원을 통해 어떤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 법조문이 무엇인지, 그리고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조문이나 별지서식 등을 찾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문의들이 온다. 즉 법령의 제명이나 법률용어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엔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한 지자체에서 인공지능(AI)을 연동해서 민원 대응에 필요한 데이터를 학습시켰더니, 민원 대응시간이 약 14.5% 줄어든 반면 공무원의 업무 효율성은 약 10% 증가해 민원 만족도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법제처는 지난해 12월에 법률용어나 법령의 제명을 모르더라도 AI 기술을 통해 민원인 누구나 궁금해하는 생활 속 질문으로 이와 관련된 법 조문을 바로 검색해 주는 지능형 법령검색시스템(법제처 Lawbot)을 개통한 바 있다.

'10개월째 근무 중인 기간제근로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로 인해 휴직이나 사직을 고려 중인데, 이 경우 기간제근로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나요?' 최근 지능형 법령검색시스템에서 확인되는 질문이다. 이런 민원에 대해 통상 민원 업무를 수행하는 일선 현장의 공무원들은 대체로 곧장 답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지능형 법령검색시스템의 검색 결과로 가 보자. 5초도 안 돼 제공되는 실제 답변 결과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0조라는 조문이 검색된다. 이 조문은 육아휴직을 시작하려는 날의 전날까지 해당 사업에서 계속 근로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근로자가 신청한 경우는 육아휴직제도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이다. 이를 통해 이 민원인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게 된다. 결국 민원인의 질문 의도를 AI가 확인하여 이에 부합되는 법조문을 찾아준 것이다.

향후엔 위 시스템을 더 고도화해서 법조문 및 별지서식의 신청서에 그치지 않고 법원 판례, 헌법재판소 결정례 및 법제처 법령해석례 등 질문과 관련된 법령정보 그 자체를 신속하게 검색해 주고, 알기 쉬운 도표나 그림 등과 함께 요약·제공함으로써 법령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접근성을 더 높이려고 한다.

지난해 10월 AI가 연계된 법령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정보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현재 논의 중이다. 지난 2020년 법령의 수범자(受範者)인 국민이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할 때 정확한 법령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음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 바로 법령정보법이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AI라는 신기술을 활용해 국민의 시각에서 법령정보를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관련 법령정보를 보다 쉽게 제공받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굳이 민원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전화로 어렵게 문의하지 않더라도 '지능형 법령검색시스템'에 접속하여 바로 궁금한 민원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등 국민의 민원창구는 AI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민원 현장에서 지능형 법령검색시스템이 국민에게 AI 법령 비서로 자리매김해 대체 불가의 시스템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완규 법제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