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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생활인구’에서 지역문제 답 찾으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0 18:32

수정 2025.03.10 19:11

이재영 전 행정안전부 차관
이재영 전 행정안전부 차관
사람이 많은 곳은 생동감이 넘친다. 그곳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가보고 싶어지고,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예전에는 웬만한 도시에는 이런 번화가(繁華街) 한두 개쯤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말고는 찾기 힘들다.

이런 거리를 갖는 것이 시골 도시의 로망이 되었다.

지역에서 인구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인구 그 자체만으로 지역에 활력을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중요한 존립 기반이 된다. 군(郡)이 시(市)가 되고, 광역시로 승격하는 것도 인구가 기준이 된다. 정부의 지방에 대한 자원 배정 기준에도 인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게 지역인구는 지역발전과 직결된다. 특히 인구감소 시대에 지역인구를 지키는 것은 지역의 생존문제가 되었다. 여기서 지역인구는 지역에 주소를 둔 '정주인구(定住人口)'를 말한다. 그런데 시골에서 적정 정주인구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라의 총인구 자체가 감소 추세이고, 출산율도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주인구를 늘려 지역을 되살리겠다'는 정책은 효과성을 떠나 수립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어떤 인구를 늘려야 하나.

사실, 지역에서는 그 지역 사람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외지인도 많다. 오히려 인파가 북적이는 곳은 외지 방문객이 더 많다. 외지인이 지역활력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방문객 유치에 힘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매력적인 공간(hot place)을 만들고 지역축제를 더 크게, 더 이색적으로 개최하려는 노력들 말이다. 최근 정부도 이런 사람들을 '생활인구(生活人口)'로 명명하고,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혜안을 제시할지 자못 기대가 크다.

이렇게 생활인구에서 지역재생의 해법을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수도권 등 대도시 정주인구를 얼마나 많이 지역의 생활인구로 만드느냐로 귀착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는 정부보다 지방의 노력이 더 중요해진다. 정부가 나서서 대도시 사람들에게 시골 방문을 권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방이 이들을 불러내야 한다. 어떻게 지방의 이런 노력을 촉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생활인구를 많이 창출한 시군에 재정혜택을 더 많이 주는 것이다. 생활인구를 '경쟁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행 지방세법상 외지인이 쓴 돈이 지방재정으로 흘러가는 통로에는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가 있다. 이 중 지방소득세는 외지인의 소비활동으로 지역민에게 소득이 발생하면 여기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시군이 매기기 때문에 외지인의 소비는 바로 시군 세수에 영향을 준다. 그만큼 시군 간 경쟁체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경쟁수위를 지금보다 더 올리려면 세율에 손대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국민부담도 커지게 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지방소비세는 정부가 징수한 부가가치세 총액의 21%를 지방소비세라는 이름으로 지방에 배정해 주는 세금이다. 지역 간 재정균형에 초점을 두고 시도에 배분하기 때문에 시군 간 경쟁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즉 지방소비세만 놓고 볼 때 어느 시군이 축제 대박을 터트려도 그 지역에 돌아가는 재정혜택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혁신의 틈을 찾을 수 있다. 지방소비세에도 경쟁 메커니즘을 가미하는 것이다.
생활인구가 경쟁자원이 될 수 있게끔 지방소비세의 배정대상을 시도에서 시군으로 바꾸고, 배정액도 외지인의 소비활동 창출 규모에 비례하여 더 배분해 주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생활인구를 유치하려는 시군의 노력이 더 커질 것이고, 그만큼 생활인구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선순환 속에서 지역부활의 기반은 튼튼히 다져지고, 번화가를 갖고자 하는 시골 도시의 로망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영 전 행정안전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