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강행하면서 경기침체도 각오하고 있다고 시사하면서 10일(현지시간) 뉴욕 금융 시장이 대규모 혼란에 빠져들었다.
관세로 인해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해 금융 시장을 부양할 것이라는 이른바 ‘트럼프 풋’ 기대감이 사라진 탓이다.
테슬라가 11%, 엔비디아가 4%, 애플이 5% 안팎 폭락하는 등 M7 빅테크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3% 넘게 폭락했다.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국채 수익률은 급락했고,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엔화와 스위스프랑이 상승했다.
사라진 ‘트럼프 풋’ 기대감
전날 폭스뉴스가 공개한 트럼프의 인터뷰가 이날 증시 폭락의 방아쇠가 됐다.
트럼프는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이를 각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비판론이 타당성이 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강행하는 관세 정책 같은 것들을 추진할 때에는 ‘과도기’가 있다면서 “우리가 하는 일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어서 이것(성과를 내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말했다.
과도기에 경제가 충격을 받고, 침체에 빠질 수 있지만 참고 버텨야 한다는 것으로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정책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못 박은 것이다.
시장이 휘청거리면 트럼프가 개입해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는 시장 최후의 안전판, 이른바 ‘트럼프 풋’ 기대감이 물거품이 됐다.
증시 폭락
뉴욕 증시는 폭락했다.
오후 들어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각각 3.7%, 2.3% 폭락했다.
대형 우량주 30개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은 그나마 낙폭이 이들보다는 작아 1.2% 하락세를 나타냈다.
‘월가 공포지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4% 넘게 폭등해 26.78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요가 급증했고, 가격이 뛰는 가운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급락했다.
시중 금리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장 대비 0.0929% p 급락해 4.225%로 떨어졌다. 미 10년 물 수익률은 1월만 해도 4.8%를 웃돌았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일본 엔과 스위스프랑이 가치가 뛰었다.
엔은 달러에 대해 0.7% 가치가 상승해 달러당 147.035엔에 거래됐다. 앞서 엔은 7일에는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달러당 146.94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스위스프랑은 이날 달러당 0.87635스위스프랑을 기록하며 석 달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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