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서초포럼] 트럼프發 보호무역 대응 어떻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1 18:26

수정 2025.03.11 19:25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전임 바이든 정부 정책 청산, 불법이민 근절, 파리협약 탈퇴, 관세인상 조치 등 그동안의 구상을 빠르게 실행하면서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 폐지는 보조금 수혜를 감안하여 현지 투자한 반도체나 자동차 업체들에, 에너지정책 전환, 특히 2030년까지 미국 자동차 판매량의 50%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바이든의 행정명령을 철회한 것은 미국 배터리와 전기차 시장을 보고 미국에 투자한 업체들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고율의 관세 부과도 문제다. 현재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으며, 중국산에는 10%+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품목별로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반도체·농산품에 대해서도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고 4월부터는 미국산에 부과하는 동일한 세율의 관세를 교역상대국별로 부과하는 상호관세 부과도 추진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대외경제 정책 배경엔 막대한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그리고 감세정책이 있다.

우선, 무역적자는 2015년 7370억달러에서 매년 늘어나더니 2021년부터 1조달러를 넘었고 작년에도 11월까지 1조800억달러가 되었다. 특히 중국, 멕시코,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수입국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멕시코는 2023년부터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수입대상국 1위가 되었고, 캐나다는 2015년 이후 줄곧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전체 수입 중 비중이 2015년 21.5%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하더니 2024년 현재는 13.5%로 줄었다.

한편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전년 대비 8.1% 증가하면서 1조8000억달러에 이르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도 2024년 말 현재 98%에 달한다. 우리나라 47%의 2배가량이다. 현재 정책들이 지속된다면 이 수치는 2099년경엔 53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4조5000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마련,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높은 관세 부과는 미국의 양대 적자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선택이 장기적으로 미국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나 우리로서는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2024년 미국의 주요 수입국 중 순위가 베트남에 이어 7위이고,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캐나다나 멕시코 등에 적용할 관세를 우리에게 부과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에서 한국은 미국의 3∼5위 수입국이나 한국산 비중은 품목별로 3.2∼9.6%로 미미하다. 미국산 대비 한국산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나 대규모 현지 투자를 단행한 우리 기업들로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리는 미국산 수입품에 0.79%의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우려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찌할 것인가? 먼저, 미국이 우리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우리 관세율이 13.4%라고 언급한 트럼프의 오해를 우리 정부가 빠르게 교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조선·방위산업 등 협력분야 확대를 통하여 양국 간 산업연관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우리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현지 투자한 우리 기업들의 자산을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 보조금 이슈에 법적 대응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면서 여건 변화에 따라 현지 공장 가동을 전략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업계의 잠재적 피해를 파악하여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핵심은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특히 연구개발직에 한해서라도 주당 52시간 근로의 속박을 조속 풀어 연구개발(R&D)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