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폐막,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
혁신 싹 자르고 입법 막는 韓 정치권
혁신 싹 자르고 입법 막는 韓 정치권
중국은 1조위안(약 200조원) 규모의 첨단산업 창업투자펀드 조성계획도 밝혔다. 중국 관영 CCTV가 "창업 영역의 항공모함급 펀드"라고 치켜세웠는데 이름대로 AI와 양자, 수소 배터리 등 첨단기술 초기단계 기업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과학자 정신을 발양하면서 실패에 관용적인 혁신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며 AI와 바이오, 양자 기술, 6세대(6G) 이동통신 등 첨단산업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실패를 용인하고 혁신과 개방'을 강조한 리창의 발언에서 빠르게 축적한 첨단기술력과 자립에 대한 자신감이 읽힌다. 국가가 돈과 인프라를 총력 지원하고 기술혁신을 가속화해 미국과의 무역·기술 패권전쟁에 맞서겠다는 중국은 우리에게도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중국이 반도체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 첫 기금을 조성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반도체는 물론 AI와 이차전지·전기차·로봇 등 첨단기술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게 중론이다. AI반도체, 고집적 메모리, 전력반도체 등 고급 기술은 이미 한국을 앞섰다고 한다. 한국이 주도권을 쥔 고대역폭메모리(HBM)마저도 연구논문에선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한국이 장악한 D램은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1년 내 삼성전자의 웨이퍼 생산능력의 절반까지 따라잡고, 세계 시장의 10% 이상을 빼앗아갈 태세다. 화웨이는 수익과 직결된 AI 반도체 수율을 1년 만에 40%대로 배 이상 끌어올렸다. "미국 제품에 탑재된 반도체 3분의 2가 중국산"이라는 미국 상무부의 분석이 그냥 나온 게 아닐 것이다.
국가안보와 밀접한 AI 기술 격차는 두려울 정도다. 글로벌 조사기관 분석에서 2023년 수준으로 AI 투자가 이뤄진다면 2030년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중국은 14년, 한국은 183년으로 비교가 안 된다. 세계 상위 20% 수준의 AI 고급연구자 절반이 중국 출신일 정도로 인재 격차는 더하다.
한 해 25만명에 이르는 반도체 인력을 배출하면서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중국을 심각한 이공계 기피로 연간 1만명도 키우지 못하는 한국이 상대할 수 있을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다. 기술을 추격당하고 인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자성을 수십 수백 번은 더 했어야 할 때 우리는 기존 산업모델에 취해 있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 기술력을 고도화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중국은 머지않아 생산·응용 완성품까지 완전히 한국을 넘어설 것이다. 창의와 혁신은 경직된 규제와 편견이 적이다. 타다와 같은 공유경제 혁신의 싹을 자른 것도, 주 52시간 예외의 틀 하나 깨지 못하는 것도 정치권 책임이다. 이념과 기득권을 우선시해 의도적으로 한쪽 눈을 감아버린 결과다.
지금 당장 기초연구와 미래산업 투자, 인력 육성에 속도를 낸다 해도 빠른 게 아니다. 지속적 기술개발과 투자 없이는 현재 최고라는 한국의 제조 인프라도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특별법과 같이 기초적 입법조차 이토록 어려운데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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