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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A3의 배신' 눈치보는 채권시장, 단기물 얼어붙나 [fn마켓워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2 16:12

수정 2025.03.12 16:12

홈플러스 이미지. 연합뉴스 제공.
홈플러스 이미지.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홈플러스의 기습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단기채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단기물 신용등급이 A3급에서 디폴트(D등급)으로 '수직낙하'하면서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가 예전과 같지 않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기업어음(CP) 잔액은 213조508억원에서 211조8593억원으로 1조1915억원으로 줄었다. 시장에서 단기물 수요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단기물 발행 조달도 쪼그라들고 있다.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지난달 28일 A30에서 A3-로 강등된 데 이어 이달 4일 디폴트 수준으로 곧바로 떨어진 파장이 만만치 않다.

특히 단기물 시장은 비우량채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단기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비우량 신용등급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에 대해 고금리를 포기하고서라도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하려는 심리가 높아졌다"이라고 말했다.

채권평가사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비우량채 신용경색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이일드채권과 펀드에 대한 투자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홈플러스 단기물 신용도가 디폴트로 추락하면서 단기물 투자자는 물론 펀드 투자자도 손실을 보게 됐다.

KCGI자산운용은 홈플러스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난 4일에 즉시 '부실자산의 발생'을 공시했다.

'KCGI공모주하이일드만기형증권투자신탁'이 담고 있는 자산 중 홈플러스 채권 8억원을 상각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해당 CP 및 전단채, 유동화증권을 판매한 증권사들은 불완전판매에 대한 피해자 집단 고소에도 대응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이렇다 보니 단기물 시장에는 우량채 및 대기업 계열사 위주의 발행이 이어졌다. 투자 수요가 안전자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주일간 발행 물량을 보면 SK하이닉스(A1), CJ제일제당(A1), 효성중공업(A2), 효성(A2), 한화솔루션(A1), 한국전력공사(A1) 등 신용도가 우량하거나 대기업 계열사, 공기업, 증권사 위주의 단기물이 주를 이루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발 자본시장 피로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 이슈가 크레딧 채권시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금융대출의 유동화, 신용공여 익스포저 등 채무조정과정이 생각만큼 순탄치 않아 보인다.
금융시장의 피로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