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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국에 관세 맞대응에도 물가 상승·수출 타격 등 불안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3 15:19

수정 2025.03.13 15:19


12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미국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매장 모습.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오토바이에 부과되는 관세를 6%에서 56%로 올린 방침이다.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미국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매장 모습.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오토바이에 부과되는 관세를 6%에서 56%로 올린 방침이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12일(현지시간)부터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를 적용하기 시작하자 유럽연합(EU)이 곧바로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EU는 미국 워싱턴DC 시간으로 자정이 넘은지 10분 만에 다음달 1일부터 미국산 제품 260억유로(약 41조1500억원) 어치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무역전쟁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보복 관세 부과로 앞으로 식료품 등 유럽의 물가가 더 상승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의 이번 보복 관세에 추가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EU 기업과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EU가 우선 보복 대상으로 정한 제품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의 관세에 대응했을 때와 같은 청바지와 오토바이, 보트에서 버번위스키 등이 있다.

할리데이비슨으로 대표되는 미국산 오토바이에 부과되는 관세는 6%에서 56%로 높아지게 된다.



EU는 다음달 중반에도 섬유와 농산물, 식료품 같은 미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관세는 세금이다. 기업에는 안좋고 소비자들에게는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EU가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유럽의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 불가피해지게 됐다.

이 같은 것을 의식한 듯 EU 이사회 의장 안토니우 코스타는 미국에 무역전쟁을 가열시키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그동안 오랫동안 이용당해왔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어 무역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불안에 빠져있다.

오스트리아 산업연맹 총재 크리스토프 뉴마이어는 “미국은 독일 다음으로 오스트리아산 제품의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이라고 말했다.

유럽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이 주로 로테르담항을 거쳐가는 네덜란드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자국의 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더크 벨야르트 네덜란드 경제장관은 미국 소비자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무역전쟁으로 이득을 볼 나라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2018년 대미 철강 수출이 100만t 이상 감소를 겪은 유럽의 철강업체들은 미국의 관세로 위기를 맞고 있다.

철강제품 3t이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할 경우 이중 3분의 2가 EU 국가로 수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속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주류업계는 협조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 주류를 생산해온 유럽 업체들이 많고 미국 업체들도 유럽에 투자를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증류주류협회 크리스 스웡거 회장은 EU가 미국산 위스키에 관세 50%를 매긴 것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EU가 미국산 위스키에 부과하던 관세 25%를 지난 2022년 철폐하자 유럽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왔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판매가 증가해 지난해에는 유럽에서 미국 위스키 약 50억달러(약 7조2700억원) 어치가 팔리며 선전했다.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관세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의 코냑 업체들은 두번째로 큰 시장인 미국에서 25% 관세 폭탄을 맞을 경우 타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

중국은 EU가 중국산 전기치에 관세를 부과하자 지난해 유럽산 주류에 관세로 맞받아쳤다.

코냑 대부분이 수출용으로 생산되는 프랑스 샤랑트는 자칫 일자리 수천개가 없어질 위기에 빠졌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EU의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면서 유연성을 보일 수 있으나 일단 부과되면 밀고 갈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EU와의 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를 시정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