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비공개 회동 모인 美 주요 CEO들,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에 불만
공개적인 항의 표현에는 회의적...1기와 분위기 달라
일단 트럼프 감세-규제완화 기대, 괜히 나서면 정치적 표적으로 몰려
일부 CEO들은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 공개 비난하는 CEO도 있어
공개적인 항의 표현에는 회의적...1기와 분위기 달라
일단 트럼프 감세-규제완화 기대, 괜히 나서면 정치적 표적으로 몰려
일부 CEO들은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 공개 비난하는 CEO도 있어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각종 정책에 목소리를 냈던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파격적인 관세 및 안보 행보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아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및 규제 완화를 기대할 만하고, 괜히 나섰다가 정치적인 표적이 되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美 CEO, 일단 공개 비난 삼가...1기와 달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예일대학교 '예일 CEO 코커스'에 모인 경영자들이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해당 행사는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매년 주최하며 오직 초대받은 CEO만 참석할 수 있는 비공개 행사다. 금융사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제약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전자기업 델의 마이클 델 등 유명한 CEO들이 다수 참여한다고 알려졌다.행사를 주최한 제프리 소넨필드 예일 경영대학원 교수는 행사 분위기에 대해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혐오감이 있었다"며 "특히 캐나다 때문에 겁에 질렸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주요 생산기지를 둔 미국 CEO들은 각국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철강·알루미늄 관세 추가뿐만 아니라 '상호관세'를 예고한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적잖이 놀란 상황이다.
이날 예일대 행사에 참석한 CEO들 대부분은 그대로 같은 날 트럼프가 참석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행사로 자리를 옮겼다. 트럼프는 미국 대기업 CEO 협의체인 BRT 모임에 등장해 CEO들의 질문을 받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CEO들은 트럼프에 항의하지 않았고,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WSJ는 미국 CEO들이 트럼프 1기와 달리 트럼프의 언행에 침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제약사 머크의 CEO였던 케네스 프레이저는 지난 2017년 트럼프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백인 폭력사태에 침묵하자 백악관 자문위원회에서 사퇴했다. 지금은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 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 역시 같은 해 트럼프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자 같은 자문위원회에서 나왔다.

아직 '트럼프 감세' 기대, CEO 행보 엇갈려
WSJ에 따르면 예일대 행사에서 즉흥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4%는 증시가 지금보다 20% 더 추락하면 트럼프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22%의 응답자는 30% 더 떨어지면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약 25%의 응답자들은 공개적으로 트럼프 2기 정부를 비방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CEO들은 WSJ를 통해 트럼프를 공개 비난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그의 관세 위협이 단기적인 협상 카드로 머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보다 트럼프가 약속했던 감세 및 규제 완화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CEO들은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난할 경우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비공식적인 의사 표현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아예 트럼프 지원에 나선 CEO도 있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12일 인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세계에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금융사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먼 CEO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무엇을 하려는 지 이해한다"면서 다만 확실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CEO들은 공개적인 비난을 강행했다. JP모건체이스의 다이먼은 12일 현지 매체 세마포르와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은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며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말을 바꿨다.
이날 미국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 겸 CEO도 경제매체 CNBC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 공격을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환경이 1930년대 독일과 유사하다"며 "당시 독일은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올렸고, 독일은 민족주의가 발호, 결국 군사주의 국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관세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표적을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는 무차별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어 시장의 변동성만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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