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앤컴퍼니·GC셀 등 중단
무리한 진행 땐 손실 위험 확대
치료환경 변화 등 대응 차원도
최근 K바이오 기업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해 활발하게 임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임상 환경의 변화 등의 이유로 임상을 자진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무리한 진행 땐 손실 위험 확대
치료환경 변화 등 대응 차원도
의약품 개발은 약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대규모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필요로하지만 실제 성공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자진철회는 다른 방향으로 활로를 뚫기 위한 방편으로 여겨진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12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제 'GEN-001'의 국내 담도암 환자 대상 제2상 임상시험을 자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임상은 면역관문억제제 '펨브롤리주맙'과 병용 투여 시 GEN-001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연구다. 지놈앤컴퍼니 측은 펨브롤리주맙과 화학항암제 병용이 담도암 1차 치료요법으로 승인되면서 치료제 시장이 변화한 것을 임상시험 자진철회 이유로 밝혔다.
임상시험 성공은 쉽지 않은 만큼, 진행 중인 임상을 자진 철회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GC셀 역시 HER2+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AB-201'의 호주 제1상 임상시험 계획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GC셀은 치료 환경 변화로 인해 피험자 등록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여 임상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에도 바이젠셀은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VM-GD'의 국내 1/2a 임상시험을 자진 취하했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에게 수혈된 림프구가 면역기능이 떨어진 신체를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철회 당시 바이젠셀은 기존 공정보다 높은 생산 효율성으로 원가절감이 가능한 신규 제조공정을 적용하기 위해 해당 임상시험의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보로노이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11'의 미국 임상 1a상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 FDA의 용량 증량 권고가 한국 및 대만의 기준과 달라 임상 속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철회 배경이었다.
K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임상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새로운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겪는 난관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이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고 환경이 변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상을 이어가는 것보다 자진철회를 하면 손실을 줄이고 다른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바이오 기업의 임상 자진철회는 시장의 변화를 읽고 임상 전략을 새로 짜는 적극적인 대응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리하게 임상을 진행하다 실패하는 것이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최악일 것"이라며 "잘 풀리지 않는 임상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명확한 이유를 공개하면 시장에서의 신뢰도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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