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거장 피에르 위그 '리미널'
리움 미술관서 아시아 최초 개인전
현실과 가상 경계 허문 환경 속에서
인간·비인간 공존하는 新 영역 탐구
'휴먼마스크''카마타' 등 12점 공개
"역사 넘어선 서사 밖 허구 이야기
시뮬레이션은 여러 가능성의 투영"
리움 미술관서 아시아 최초 개인전
현실과 가상 경계 허문 환경 속에서
인간·비인간 공존하는 新 영역 탐구
'휴먼마스크''카마타' 등 12점 공개
"역사 넘어선 서사 밖 허구 이야기
시뮬레이션은 여러 가능성의 투영"
![신체 없는 존재, 사람 같은 동물... 우리가 제3생태계를 마주한다면[Weekend 문화]](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13/202503131819565337_l.jpg)
![신체 없는 존재, 사람 같은 동물... 우리가 제3생태계를 마주한다면[Weekend 문화]](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13/202503131820021238_l.jpg)

현대 미술의 거장 피에르 위그(63)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탐구한 다양한 작품들이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삼성문화재단이 기획한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Liminal)'은 오는 7월 6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의 핵심은 '리미널', 즉 '경계'다.
전시 작품들은 총 12점으로, 신작으로는 △'리미널(2024)' △'카마타(2024)' △'이디엄(2024)' 등이 있다. 기존 대표작으로는 △'휴먼 마스크(2014)' △'오프스프링(2018)' △'수족관 시리즈(2011·2017·2018)' △'U 움벨트-안리(2016)' △'암세포 변환기(2016)' 등을 선보인다. 대부분 전시의 작품은 단순한 전시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얼굴 없는 비인간이 등장하고, 인간 가면을 쓴 원숭이가 활보하고, 선캄브리아기의 큰 바위가 물에 떠 있는 등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또 다른 특징은 관람객이 매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 편집되어 송출되는 영상과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 덕분에 같은 장면이 반복되지 않고 매 순간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경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을 체험하게 된다. 특히 이번 전시의 주제작인 '리미널'은 과도기적 상태, 즉 우리의 감각적 현실과 비인간적 존재 사이의 '통로'를 선보인다. 이 경계적 환경의 인간 형태는 미묘한 몸짓을 만들어내고, 언어가 되는 이 몸짓은 비인간 존재에게 읽히며, 다시 인간 형태에서 다양한 행동을 유발하고 반응한다.
그러나 비인간 존재는 자극을 찾고, 학습하고, 그 기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면서 전시를 넘어 모든 인간의 영역을 초월해 구성돼 가는 형태다.
신작 '카마타'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무덤 없이 발견된 인간 해골에 대해 알 수 없는 의식을 수행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선사한다. 영상은 시작도, 끝도 없이 영구적으로 자신의 편집을 수행하는 자기 제시인데 전시 공간의 센서가 지속적으로 출력되는 이미지를 수정한다. 수수께끼 같은 의식이 관람객들 앞에서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동안, 관람객들은 서로 다른 현실들 사이의 거래, 신체 없는 존재에서 생명 없는 인간의 신체로의 전환을 목격하게 된다.
또 다른 신작 '이디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 없는 존재가 마스크들을 통해 말하면서 공동체가 형성되는데, 언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며, 우리에게는 이들이 낯선 다른 현실에서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이밖에 기존작 '캄브리아기 대폭발 16(2018)' 등 수족관 시리즈는 수족관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세계인데도 생명체들이 제 나름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연출한다. 특히 5억4000만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 출현한 화살게, 투구게, 말미잘 등이 살고 있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16'은 인류 이전, 혹은 이후에도 존재는 계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피에르 위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나는 이야기의 형태가 선형성을 벗어날 때 흥미를 느낀다. 역사를 넘어선 서사 밖의 허구에 관한 것"이라며 "시뮬레이션은 혼돈을 지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가능성의 투영"이라고 자평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작가의 최근 작업은 기존 인간 개념과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현실, 인간 이후와 인간 바깥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이러한 상상이 감각적이고 시적으로 전환되며 관람객에게 강렬한 인상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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