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는 지난 3년 동안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2%보다 높은 연평균 2.7% 성장했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첫째, 부채가 너무 많아졌다.
둘째, 미국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 지난해 3·4분기 미국 전체 주식의 시가총액이 GDP 대비 312.2%로 2000~2023년 평균인 191.8%를 크게 넘어섰다. 주택 가격도 물가나 소득에 비해서 지나치게 올랐다. 20대 도시 주택 가격이 2012년 3월을 저점으로 지난해 12월까지 147.2%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38.8% 올랐고, 가처분소득은 79.0% 증가했다.
셋째,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8만1210달러였던 중간가구 실질소득이 2022년에 7만7540달러로 4.5% 감소했다. 2023년에는 8만610달러로 증가했지만, 아직도 2019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 2기'가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시경제 정책 방향은 기본적으로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우선 관세정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주요 교역 대상국이나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세로 미국의 물가가 오를 것이다. 이미 가계는 여기에 대응하고 있다. 2월 미시간대학이나 컨퍼런스보드에서 발표하는 데이터를 보면 소비심리는 악화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은 크게 높아졌다.
소비심리 위축이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개인 소비지출이 전월보다 0.2% 감소했다. 내구재 소비지출이 3.0%나 줄었고, 준내구재 지출도 0.2% 감소했다. 소비지출에서 69%를 차지하는 서비스 지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 역시 고용상태에 달려 있다. 2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의 고용이 15만1000명 증가했으나 증가 폭은 둔화하고 실업률도 4.1%로 완만하게 오르고 있다. 미국 고용은 지나치다 할 정도로 탄력적이다. 2020년 초에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하자 그해 3~4월 미국 기업들은 2187만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기업은 탄력적으로 고용을 줄일 것이다.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8.9%일 정도로 매우 높기에 소비 감소는 곧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 빠르면 올해 1·4분기부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많기에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크지 않다. 물가가 오르면 중간가구의 소비 여력은 더 줄어들 것이다. 거품 영역에 있는 주가와 집값이 급락할 수도 있다. 올해 들어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미국의 주가지수가 가장 많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미국 증권시장으로 국외 자금 유입이 줄면서 달러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감내가 필요한 과정이라 하지만, 미국 국민이 겪는 고통은 인내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 있다. 우리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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