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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했어요"… 美 테슬라 차량 운전자들의 소심한 복수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4 05:30

수정 2025.03.14 05:30

"차를 없애고 싶은 기분"… 가격 포기하고 차량 판매
머스크 비판 메시지 담긴 스티커 차량 뒤에 붙이기도
댄 베이트먼이 자신의 테슬라 차량 뒤에 붙인 스티커엔 '일론이 미쳤다는 걸 알기 전에 이걸 샀어(I bought this before we knew Elon was crazy)'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사진=LA타임즈
댄 베이트먼이 자신의 테슬라 차량 뒤에 붙인 스티커엔 '일론이 미쳤다는 걸 알기 전에 이걸 샀어(I bought this before we knew Elon was crazy)'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사진=LA타임즈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말 59세의 데이비드 안드레오네는 결단을 내렸다. '애마'와도 같은 검은색 모델3 테슬라 차량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에 중고 매물로 올리기로 했다. 테슬라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배신감이 이유였다.

이별은 쉽지 않았다. 3만5000달러(약 5097만원)에 판매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댓글만 달릴 뿐 구매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LA타임즈는 안드레오네처럼 테슬라 차량 운전자들이 머스크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차량 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전했다.

한때 기후 변화 운동의 옹호자였던 머스크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환경 보호 조치를 후퇴시키려는 노력을 하는데 이어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있으면서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앞장서는 등의 행동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안드레오네는 "나는 정치적 이유로 차를 사거나 렌트한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차를 없애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머스크가 하는 일이 충격적이고 무섭다"고 말했다.

테슬라 차량을 팔아치우는 것 외에도 자신의 테슬라 차량에 메시지를 담아 머스크에 불만을 표현하는 사례도 있다.

75세의 댄 베이트먼은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가솔린 차량을 도로에서 몰아내기 위해 5년전 테슬라 차량을 구매했다.

그는 "테슬라 차량을 사용한다는 건 기후 변화를 종식시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실천하는 것이었다"며 "일론이 없었다면 도로에 전기 자동차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는 전기 자동차에 등을 돌린 것 같고 나는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베이트먼이 선택한 게 '일론이 미쳤다는 걸 알기 전에 이걸 샀어(I bought this before we knew Elon was crazy)'라는 스티커를 차량 뒤에 붙이는 것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베이트먼이 붙인 스티커가 다양한 종류로 나온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정치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반발이 테슬라의 주가 폭락과 차량 재판매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6% 하락했고 지난해 차량 판매가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는 보고가 지난 1월 나오기도 했다.

베이트먼도 "약 9만 달러에 구매한 차량의 현재 가치는 1만 3000달러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금융서비스 업체인 웨드부시시큐리티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역할과 DOGE 수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