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바꿔 명예 실추됐다" 회사와 소송서 승소한 英남성
나쁜 자리는 '위치'가 아니라 앉는 사람의 마음이 결정
나쁜 자리는 '위치'가 아니라 앉는 사람의 마음이 결정

[파이낸셜뉴스] 영국의 롭슨스 부동산 중개회사에 다니던 니콜라스 워커는 이직과 함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회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승소했다.
워커가 회사를 그만두는 데서 나아가 소송까지 결심하게 만든 건, '사무실 자리'였다. '사실상' 최고 책임자의 자리로 꼽히던 자리에 앉아있던 워커는 어느 날 사무실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법정에서 판사는 워커의 직장 상사를 향해 "사무실 안에서 책임자의 자리가 갖는 의미를 간과한 게 회사의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3일(현지시간) 워커의 법정 싸움을 소개하며 사무실에선 '자리'가 서열을 정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무실 안에서의 책상의 위치에 대해 사무직 근로자, 회사 대표, 책상과 의자를 판매하는 사람 등에게 물어봤다.
가장 좋은 자리는 어디
데일리메일은 책상이 배치된 사무실 그림을 제시했다. 그리고 각 책상에 번호를 매기고 최고의 자리와 최악의 자리는 어디인가를 물었다.
'최고'의 책상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이 1번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책상을 꼽기란 쉽지 않았다.
'최고'의 책상에 앉은 사람이 바로 등 뒤에 있는 2번 자리도 불편하겠지만,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에 있어 소음에 노출되고 집중하기 어려운 3번 자리도 편하지는 않았다.

4번 자리는 전자레인지와 가깝고 화장실이 근처에 있어 냄새가 나고 5번 자리는 컴퓨터 스크린이 모두에게 노출됐다. 자연광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6번 자리도 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취향에 따라 최악의 자리도 다르게 꼽았다.
홍보 계정 책임자인 메이지 뱀포드는 "개인적으로 공간의 중앙에 앉고 싶지 않고 주방 근처 책상도 피할 것 같다"며 "사람들이 커피를 내리러 갈 때면 하루 종일 잡담을 해야 하고, 점심시간에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 냄새도 맡을 수 있"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많은 사람에게 화면이 보이는 책상은 피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융 컨설팅 회사 오쿠 마켓의 이사인 해리 밀스는 "프린터기나 정수기가 있는 곳, 통로 등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은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환전 회사 코스모스의 토니 레돈도는 "저에게 나쁜 자리는 화장실 옆"이라며 "왠지 냄새 나는 구석에 갇힌 느낌이 들 것 같고 이는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게 만들 거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직원들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구성원의 자리 배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스트바이 사무용 의자 부문 사장인 제임스 매키는 "고용주가 직원들의 불만 사항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는 존중심이 크게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물류 회사 캐패시티의 CEO 제프 카이든은 "나쁜 책상은 앉는 사람에게 불편함만 주는 게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구성원에게 자신은 중요하지 않은 사람, 중요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말해 준다. 어느 누구도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나쁜 책상은 위치가 아니라 마음
데일리메일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나쁜 책상의 정의를 '위치'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워커의 경우도 자신이 앉아야 할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았다는 걸 느끼는 순간 이직을 결심했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이를 간과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워커의 항의에 회사 임원은 "53살짜리 망할 녀석이 책상 때문에 소란을 피운다"는 답으로 대응했다.
법원은 회사가 워커의 자리를 배치한 것에 직무 변화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다 업무 성과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배상금 지급을 판결했다.
금융 뉴스레터 핑크 머니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벨은 "나쁜 책상은 그저 책상 위치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 자리에 앉을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려해서 봐야 한다는 걸 법원 판결이 알려준 셈"이라고 정리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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