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저출생에 따른 학생 수 감소에도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수년간 이어진 의대 열풍에 지난해 의대 증원이 겹치며 사교육비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에 진입하는 연령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통상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시작되던 입시 경쟁이 이제는 영유아 단계에서 시작된 것이다.
14일 교육부가 전날(13일)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2000억 원으로 전년 27조 1000억 원에서 2조 1000억 원(7.7%) 증가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으로 재수생, 반수생 등 이른바 'N수생'이 전년보다 2042명 늘어나자, 수험생들이 경쟁을 뚫기 위해 사교육비를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의 사교육 참여율은 80%로 전년 대비 1.5%포인트(P)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이 80%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의대 선호도가 높은 성적 상위 10% 이내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도 전년보다 0.5%P 증가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이를 두고 "2023년에는 최상위 구간의 참여율이 1.5% 감소했다"며 "재수생들과의 경쟁 압력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험생들의 자구책"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교육부는 단순 의대 증원으로 사교육비가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체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80%라는 것을 고려할 때 단순히 의대 정원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의대 증원이 사교육비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영어 과목에 대한 영유아 사교육비 비용이 초·중·고등학생보다 많다는 결과가 함께 공개되면서 영유아 사교육 시장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육부가 공개한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유아가 영어에 지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34만 원이었다. 초등학생(23만 2000원), 중학생(27만 9000원), 고등학생(32만 원)보다 많다.
과열된 입시경쟁이 영유아 단계까지 넘어온 것이다. '초등 의대반'에 이어 대치동 학원가에선 '4세 고시', '7세 고시' 등 영어 유치원과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영어학원에선 7세 반 교재로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를 사용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영유가 사교육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지나친 마케팅 광고나 초과 교습비 징수 등에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영유아 사교육 대책 마련은 아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의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가 국가 승인 통계가 아니라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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