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의 '연 3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부상했다. 금리차와 고환율에 묶여 뜻대로 경기 대응에 나설 수 없었던 한국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8%로 집계돼, 시장 기대치인 2.9%를 하회했다.
시장에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당초 원하던 물가 둔화세를 차츰 확인하면서, 기준금리를 6월부터 낮춰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는 한 달 전에는 '연 1회'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13일 기준 뉴욕 연방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4.50%인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 3.50~3.75%로 내려갈 확률을 가장 높은 33% 수준으로 반영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낮추는 '빅 스텝'이 없다면 연내 3차례 인하 기대에 해당한다. 해당 확률은 한 달 전만 해도 10%에 불과했다.
반대로 연 1회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줄었다. 현재 금리 선물 시장을 보면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4.00~4.25%로 현재보다 단 0.25%p 인하될 확률은 10% 선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에는 40%에 육박했으나 4분의 1로 줄었다.
이로써 한국의 통화정책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초 심각해진 경기 부진에 대응할 수단인 기준금리 인하를, 미국으로부터 보다 독립적인 잣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이 경기 부진 우려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2월에야 낮춘 것은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분위기, 강달러 장기화 등으로 인한 외환 시장 변동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한국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내리면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해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이것이 물가·경기 등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인하 기대가 확산하면서 앞으로 한미 금리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간 '키 맞추기' 측면에서 한은의 인하는 보다 순조로워질 전망이다.
한은은 이미 연준의 '연 2회' 인하를 전제로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전날 펴낸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한은은 "연준은 올해 중 2차례 정도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소개하면서, 향후 통화정책의 비중을 '국내 성장 부진 대응'에 더 두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추가 1~2회의 인하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전날 설명회에서 "한은이 발표한 올해·내년 성장률 전망(1.5%·1.8%)은 앞선 기준금리 인하뿐 아니라 올해 2월을 포함한 2~3차례 인하 전망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시장의 현 기대보다 1차례 적은 인하 횟수를 전제해도 추가 1~2회 인하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향후 한은의 완화 기조가 보다 순조로워질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의 연 3회 인하 기대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하면, 한미 금리 역전은 지금보다 0.25~0.50%p 축소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연내 총합 3차례(추가 2차례) 단행할 경우, 연말 한미 금리 역전 폭은 현 1.75%p에서 1.5%p(한국 2.25% 대 미국 상단 기준 3.75%)까지 줄게 된다.
만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2분기 경기 반등 등에 연 2회(추가 1차례) 인하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한미 금리차는 현 1.75%p에서 연말 1.25%p(한국 2.5% 대 미국 3.75%)로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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