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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싸움일 뿐…축구 꿈나무들에게 상처 주지 마라 [임성일의 맥]

뉴스1

입력 2025.03.14 07:25

수정 2025.03.14 07:25

축구계에 해야할 일이 많은데 허송세월이 길어지고 있다. 어린 선수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 더 안타깝다. ⓒ News1 김도우 기자
축구계에 해야할 일이 많은데 허송세월이 길어지고 있다. 어린 선수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 더 안타깝다. ⓒ News1 김도우 기자


축구협회 집행부의 공백으로 여러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미 막을 올렸어야 할 초중고리그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축구협회 집행부의 공백으로 여러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미 막을 올렸어야 할 초중고리그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에 출전할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이 17일 소집된다. 올해 첫 일정으로, 대표팀은 3월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7차전을 치르고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요르단과 8차전을 갖는다.

한국은 현재 4승2무(승점 14)로 B조 선두인데, 이번 2경기를 다 이기면 잔여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 빨리 매듭짓는 게 좋다. 잔여 일정에 부담 없어야 주축들 체력 안배하면서 새로운 얼굴과 전술을 과감하게 테스트 할 수 있다.



A대표팀이 모이는 날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도 소집된다. 20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4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하는 U22대표팀은 17일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 묵고 18일 출국한다. 이 일정은 팬들이 잘 모른다.

U22(내년 U23 대회를 겨냥해 구성된 팀이라 지금은 U22로 부름-편집자 주) 대표팀의 지향점은 아무래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다. 성적에 따라 '병역면제'라는 사안과 맞물려있어 때마다 A팀 버금가는 관심을 받는다. 기성용, 구자철 등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2012 런던 올림픽, 손흥민과 이강인이 군 문제를 해결한 2018 자카르타 AG와 2022 항저우 AG의 열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그런 팀인데 소집된다는 기사 찾기도 어렵다.

U22 대표팀은 현재 사령탑이 없다. 2024년 4월,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해 열린 카타르 U23 아시안컵에서 파리행 티켓을 놓친 책임을 지고 황선홍 감독이 사퇴한 후 지금껏 공석이다. 이번 친선대회는 축구협회 전임지도자들이 임시로 이끈다. 근 1년 동안 리더 없이 방황하고 있는데, 이유는 있다.

지난해 초부터 축구협회는 뭇매를 맞았다. 잘못 뽑은 클린스만이 출발이었고 후임자 선임 작업이 아마추어 수준이라 전 국민이 분노했다. 축구협회장과 대표팀 사령탑이 국회에 불려가는 일까지 겪었으니 협회 입장에서 U22 대표팀 일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변수도 발생했다. A대표팀 일로 크게 혼난 협회와 전력강화위원회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 신중하게 움직였고, 일정상 보다 급한 여자 A대표팀 사령탑을 먼저 정하고(2024년 10월 신상우 감독 선임) U22 대표팀 감독은 2025년 1월 내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1월8일로 예정됐던 새 축구협회장 선거가 밀리면서 꼬였다.

신임 집행부가 꾸려져야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도 구성되고 그래야 감독 선임 문제를 비롯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데 '올 스톱'이었다. 밀리고 밀려 2월26일 축구협회장 선거가 끝났으니 새해 두 달은 버린 셈이다. 3월부터는 일하는가 싶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정몽규 회장이 유효표 182표 중 156표를 싹쓸이하면서 축구계 잡음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상대 후보들도 예상보다 큰 격차에 결과를 수긍했다. 그런데 당선 후 2주 이상 지난 지금도 임기를 시작 못하고 있다.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 인준이 떨어지지 않은 탓이다.

정 회장과 축구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부와 국회를 비롯, 선거 결과가 달갑지 않은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인준을 보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도 들린다. 하지만 선거는 절차대로 끝났다. 체육회 내부에서도 "이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유승민 체육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겠으나 결단을 내려야한다.

한국 축구사에 아픈 페이지로 남은 파리올림픽 진출 실패가 충격이었던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예선쯤이야 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 사실 우리만의 착각이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를 호령한 것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가 됐다. 근래 20년 아시안컵 성적과 월드컵 최종예선 성적을 확인해보면 대략 3~5위다.

다시 '설마'에 당하지 않으려면 잘 준비하는 수밖에 없는데 손 놓고 있다. U23 아시안컵이 당장 내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예선이 오는 9월이고 지금 U22 선수들이 해당 대회에 나선다. 2026년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도 있는데 출전 대상 역시 동일하다. 중요한 멤버들이 시간만 버리고 있어 걱정이다. 더 먼 미래 주역들도 발이 묶였다.

이미 막을 올렸어야할 '2025 초중고 축구리그'가 아직 출발 전이다. 초중고 리그는 문체부의 승인과 사업비 지원으로 진행되는데, 도장을 받지 못했다.

12일 천안 축구종합센터 현장을 찾은 정몽규 회장은 "초중고 축구리그는 축구협회와 교육부, 문체부가 함께 출범 시킨 리그다. 예산 지급 방법 등 문체부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잘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인준 후) 집행부를 구성하면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실마리부터 잡아야 풀릴 문제다.

당장 인준이 떨어져도 시간이 꽤 걸린다. 구성된 새 집행부가 축구협회 이사회를 통과해 활동을 시작한 뒤 문체부와 소통하고 결정하는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어져도 초중고 선수들은 한동안 연습만 해야한다. 감독 선임도 마찬가지다.
새 전력강화위가 꾸려진 후 수차례 회의와 후보 선정, 대상자 인터뷰 등등 계절이 하나 더 바뀌어야할 것 같다.

이미 많이 멈춰있었는데 허송세월이 길어지고 있다.
어른들 싸움에 어린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더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