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감시하던 역 직원 관찰 끝에 보호 조치
"치매 앓던 어머니 생각나…무사 귀가해 다행"
![[서울=뉴시스]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근무하는 라광수 차장. 2025.03.14. (사진=서울교통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14/202503140859064846_l.jpg)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밤중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헤매던 90대 치매 환자가 근무 중이던 역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14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일하는 라광수 차장은 지난 10일 오후 11시23분께 폐쇄회로(CC)TV 감시 근무 중 내복 차림 고령자가 8번 출구 계단을 걸어서 내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라 차장은 보호자가 근처에 있는지, 갑자기 다가가면 놀라서 넘어지지 않을지 등을 고려해 그가 지하 1층까지 내려올 때까지 화면을 계속 주시했다.
관찰 끝에 보호자 없이 역을 방문해 보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라 차장은 고령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라 차장은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112 신고를 요청했다.
라 차장의 설득 끝에 그는 고객안전실로 이동하는 데 동의했다. 직원들은 손과 발을 주무르고 오물을 닦아준 후 두유를 건네면서 대화를 나눴다.
약 15분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함께 신상정보를 파악한 결과 고령자가 소지하고 있던 '치매노인 인식표'를 발견했다. 인식표에 기재된 보호자에게 연락이 닿았고 그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라 차장은 "쌀쌀한 밤에 홀로 배회하는 노인을 처음 발견했을 때 7~8년간 치매로 고생하신 어머니가 생각나 작지만 두유라도 하나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며 "직원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고 늦지 않게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라 차장은 또 "돌아가신 후에도 걱정이 돼 보호자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푹 주무셨고 주간보호센터에도 잘 다니신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 운영구간 내 치매 또는 치매로 추정되는 고령자가 실종돼 수색 후 보호자 인계가 보고된 건은 13건이다.
빠른 수색을 위해 공사는 '실종아동 등 조기발견을 위한 매뉴얼'을 제작해 각 역사에 배부했다. 매뉴얼에 따라 공사 직원은 역사 내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접수를 받으면 정보 파악 후 즉시 경찰에 신고하며 이후 276개 전 역에 상황을 전파한다.
마해근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늦은 밤에도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라 차장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 직원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역사 내 실종자 발생 시 그들이 가족 또는 보호자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매뉴얼을 바탕으로 전 직원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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