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상인들 대물림하며 수십년째 영업장 유지
수의계약, 지방공기업법·지방계약법 위반 소지
내년 가락몰 10년째…공개경쟁입찰 여부 주목
![[서울=뉴시스] 가락몰. 2025.03.14. (자료=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누리집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14/202503140903287602_l.jpg)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전국 청과·수산물 도매 거래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락시장에서 경쟁 없는 수의계약 관행이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1985년 6월 국내 최초 공영도매시장으로 개장한 가락시장의 현재 거래 규모는 연간 230여만t(하루 7500여t)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가락시장은 서울시 소요량의 55%,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이 취급하는 총 거래량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농수산물 유통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가락시장에는 3200여개 업체에 1만3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도매시장 법인이 9개사, 중도매인이 1723명, 매매 참가인이 150명, 직판·임대업자가 1303명이다.
가락시장에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관리하는 국내 최대 식재료 쇼핑몰인 가락몰이 있다. 가락시장 도매상 재고 물량을 떼서 소매로 판매하는 가락몰을 찾으면 청과·수산·축산 등 1차 식자재부터 가공식품까지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가락몰에 입점한 소매상인들이 임차 계약 측면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매상인들은 1985년 시장 설립 당시부터 도매 시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영업을 해왔고 이후 대물림을 해가며 가락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락시장 현대화 일환으로 2016년 가락몰이 새로 생긴 뒤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소매상인들은 입점 과정에서 사실상 경쟁 입찰 없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락몰 이전을 거부하는 소매상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당시 정부와 서울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생존권 보장’을 명분으로 경쟁 입찰 없는 수의계약을 맺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화 사업 차질을 막기 위해 당시 정부와 서울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정무적 판단에 근거해 소매상인들에게 수의계약을 허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락몰 개점 후 9년째인 올해까지 소매상인들은 대부분 수의계약을 갱신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인근 송파구에 있는 민간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수준의 임차료만 내면서 안정적으로 영업 중이다.
게다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재산관리규정을 통해 소매상인들을 보호하고 다른 업자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재산관리규정 25조는 '기존의 임차인이 동일 재산에 대하여 계속해서 임대를 원할 때'는 일반 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수십년간 자리를 지켜온 기존 소매상인이 원하면 계속 입점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의계약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특별법인 지방공기업법은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이 계약을 체결할 때는 일반 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계약의 목적과 성질, 규모를 고려해 제한 경쟁 입찰이나 수의계약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상 기준이 엄격하다.
지방계약법과 그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 담당자가 수의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2인 이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 같은 절차 없이 소매상인들을 대상으로 1인 수의계약을 갱신해주고 있다.
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소매상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항변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한도인 10년까지 영업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설명대로라면 가락몰 개설 후 10년째인 내년을 전후로 기존 소매상인들과의 계약이 끝나게 된다. 내년을 전후로 상가임대차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을 더 이상 발동할 수 없게 될 예정인 가운데 가락몰 입점을 놓고 초유의 경쟁 입찰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수십년간 가락시장에 터를 잡고 영업해왔고 가락몰 이전 과정에서도 영업권을 보장 받았던 소매상인들이 공개 경쟁 입찰이라는 방식에 동의할지 주목된다.
한 공공 계약 전문가는 "수의계약 자격이 되는 경우라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적용 받아 10년까지 의무적으로 보장해 주고 그 이상도 재량으로 연장이 가능하지만 가락시장 매장 임대는 수의계약 대상이 아니다"라며 "2년마다 특정인과 수의계약을 맺는 것은 지방공기업법 위반이고 나아가 배임죄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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