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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출산율 0.75명 지속되면 2050년 이후 역성장…포퓰리즘 위험↑"

뉴스1

입력 2025.03.14 10:15

수정 2025.03.14 10:1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우리나라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1년 전(0.72명)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이 출산율이 계속되면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연세대가 개최한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 기조연설에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포퓰리즘의 유혹에 쉽게 빠질 위험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은은 현 출산율이 이어지는 경우 한국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 후반 0%대까지 하락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3년 46.9%에서 50년 후 182%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특히 초저출산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고려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 부채 폭증, 그리고 사회 갈등의 심화라는 불가피한 종착점에 도달할 위험이 크다"며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나, 최소한 출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4명까지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초저출산 지속 시 인기 영합적인 복지 정책이나 현금 지원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득세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 분배 여건이 악화하고 세대·계층 간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기 영합적인 재정 정책을 추진하려는 유혹이 강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재정만 낭비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아진 핵심 원인이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는 한은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또 청년 경쟁과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수도권 집중' 현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는 한 축으로 '대입 제도'를 꼽았다.

이 총재는 "사교육 환경과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우수한 지역으로 이주 수요가 증가해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나아가 저출생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저출산율 0.75명, 과도한 수도권 인구 집중, 입시 경쟁 과열 등 세 가지 문제가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서로 깊이 연결돼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인구 소멸, 항구적 마이너스 성장, 사회 갈등의 폭발, 청년 기회 및 자신감 상실 등 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작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교육, 특히 대입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이례적으로 정치, 교육 등 경제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분야에도 의견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자신 또한 한국 교육 제도의 수혜자라면서도, 이제는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 다채로운 인재 육성에 나설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대학에 더 많은 입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현 입시 제도에서는 암기 능력이 뛰어나고, 수학적 계산능력이 우수하며, 20~30분 내 주어진 글을 정리·요약하는 능력이 탁월한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에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 또한 이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 우리나라 대입 제도의 혜택을 크게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라며 "만약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주고 창의적인 글을 작성하라고 하면 제 실력으로는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지금 명문대 학생을 보면 유치원 때부터 15년 동안의 반복 학습을 지겨워하지 않을 정도로 IQ가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학생, 부모님의 말씀을 잘 따르고 주어진 요구에 순응하는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선진국을 모방해 빠르게 따라잡던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는 기술 발전의 최전선에 서 있고 새로운 산업을 창조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순응적 인재를 천편일률적으로 선발하는 방식보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서로 협력하고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