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배관 설치 시 관련 법 저촉 문제 발생.. 결국 발목 잡아
실시설계 전면 중단에 사업비도 반납, 올해 착공 물 건너 가
울산시 해법 찾기에 골머리.. 차단벽 설치 가능성 연구 용역 발주
실시설계 전면 중단에 사업비도 반납, 올해 착공 물 건너 가
울산시 해법 찾기에 골머리.. 차단벽 설치 가능성 연구 용역 발주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석유화학공단 지하 노후 배관을 지상으로 끌려올려 안전하게 관리하려는 709억원 규모의 '울산 국가산단 통합 파이프랙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2025년 착공해 2026년 완공을 기대했지만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목을 잡으면서 중단됐다. 울산시가 해법을 찾고 있지만 이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2년이나 걸리는 데다 이후 사업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 예견된 문제 간과.. 발목 잡혀
16일 울산시와 울산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통합 파이프랙 사업의 올해 착공을 위해 지난 2023년 12월 시작된 실시설계가 지난해 7월 중단된 후 올해 들어서도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지하 배관을 지상으로 이전 설치할 경우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및 위험물안전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시설계를 담당한 울산도시공사와 울산시가 백방으로 해법을 찾아보았지만 실패하고 결국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협의 끝에 실시설계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국비로 투입된 실시설계 비용도 현재 반납 절차를 밟고 있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일반공업지역 내 사업소 밖 지상 배관 설치 때 도로와 배관의 수평 이격 거리가 25~40m가 되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울산 국가산단에는 이러한 이격 거리를 확보할 공간이 거의 없다.
사업 추진 초기인 2018년부터 이격 거리 확보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지만 이를 간과한 결과였다. 지난 2021년 정부와 기업 간 사업비 분담비율 문제가 해소돼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결정됐지만 이때까지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후 심각성을 깨달은 울산시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과 함께 관련 법 개정 등 규제 개선에 한목소리를 내며 수년째 해법을 모색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관련 법들이 국내 전체 산업단지의 안전과 직결되다 보니 울산지역만을 위한 법 개정과 규제 개선이 불가능했다.
■ 이격 거리 확보 대신 차단벽 설치
우려가 현실이 되자 울산시는 법률 개정과 이격 거리 확보를 포기하고 대신 해결책으로 차단벽 등 이격 거리만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보호시설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관련 법에 보호시설 설치 또는 금지를 다룬 조항이 없다 보니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된 연구 용역은 이달 말 발주할 예정이다. 시비 5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용역의 결과는 연말에 나올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협의를 거쳐 해결 방안을 마련한 뒤 정부에 승인을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이때까지 약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이렇게 마련된 해결 방안을 정부가 수용해 승인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칫 이대로 사업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후 배관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통합 파이프랙 사업은 기업들은 물론 울산시민들에게는 매우 시급한 사업이다"라며 "뻔히 드러난 문제를 6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해 스스로 좌초 위기를 초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파이프랙(Pipe Rack)'은 파이프가 다니는 지상 선반을 뜻한다. 울산국가산단에는 230여 개의 정유·화학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곳에는 화학관 821.1㎞, 가스관 572.2㎞, 송유관 158.9㎞, 상·하수관 124.2㎞, 전기·통신관 90.8㎞, 스팀관 7.3㎞ 등 총 1774.5㎞에 달하는 노후 배관이 묻혀 있다. 도면이 있기는 하나 정확성이 떨어져 굴착공사 중 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과 같은 이 배관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3.55km 길이의 파이프랙 안으로 이전 설치한 뒤 안전하게 관리하려는 것이 울산국가산단 ‘통합 파이프랙’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709억원(국비 168억원, 민간 541억원)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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