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EU 맞불에 트럼프 "200%" 재보복…치킨게임 치닫는 관세전쟁

뉴스1

입력 2025.03.14 10:41

수정 2025.03.14 10:4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상대국의 보복 관세와 재보복 등으로 이어지며 세계 무역전쟁이 거칠게 확전하고 있다. 특히 두 거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 소셜 플랫폼에 올린 글에서 EU가 미국 위스키에 "불쾌한 50% 관세"를 부과했다며, 이 관세가 철회되지 않으면 "미국은 곧 프랑스와 기타 EU 대표 국가에서 나오는 모든 와인, 샴페인 및 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12일부터 모든 국가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하자 EU는 이에 상응하는 260억 유로(약 41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4월부터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는데, 트럼프가 다시 미국산 위스키를 특정해 EU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보복을 위협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우리는 수년 동안 뜯겨 왔으며 이제는 더 이상 뜯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던 EU는 이를 주워담을 뜻은 밝히지 않았지만 협상의 여지는 남겼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200% 관세 위협 질문에 "관세를 좋아하지 않고 기업과 소비자에게 모두 나쁘다"고 비난하면서도 "협상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200% 관세는 유럽산 주류가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2023년 기준 EU의 통계당국인 유로스탯에 따르면 EU산 와인과 주류의 약 31%가 미국으로 보내졌다. 유럽 주류업계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유럽의 주류산업을 대표하는 무역단체 스피리츠유럽은 "이 보복의 악순환은 지금 당장 끝나야 한다"고 반발했다.

전날에도 트럼프는 이웃한 우방 캐나다와도 관세 설전을 벌이며 보복에 보복을 불러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가 미국에 판매하는 전기요금을 25%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는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25%가 아니라 50%로 두 배 높인다고 응수했고, 결국 온타리오주가 물러나면서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예정대로 25% 적용을 받았다.

캐나다는 13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에 대해 정식으로 분쟁 협의를 요청하며 제소 절차에 들어갔다.

보복에 보복을 부르는 관세전쟁 속에서 뉴욕 증시는 조정을 받고 있다. 간판지수 S&P500은 종가 기준으로 2월 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점 대비 10.1% 밀려 공식적으로 조정 영역에 진입했다.

미국 경제의 바로미터로 널리 알려진 다우존스 운송 지수는 11월 25일 사상 최고치보다 18.9% 하락 마감했는데, 이 지수보다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이라고 볼 수 있다.

휘청이는 증시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고수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인 움직임보다는 경제와 시장의 장기적인 건전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CNBC방송의 '스쿼크 온 더 스트리트'에서 "3주 동안 약간의 변동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로 한동안 증시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의 수석 기술 전략가인 존 콜로보스는 블룸버그에 "대부분의 조정은 약 2개월이 걸린다"며 "주식이 과매도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 수준까지 오는 데 약 2주가 걸렸기 때문에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과매도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