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노선웅 홍유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이후 '구속기간 계산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결정을 내린 재판부는 구속기간은 '날'이 아닌 '시간'으로 봐야 하고 체포적부심을 위해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서 빼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으나, 문제가 된 '형사소송법 214조의2 제13항'의 해석과 관행을 들어 이에 대한 반박도 거세 여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날' 계산 불합리…체포적부심 불산입 규정 불명확"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로 인해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만큼 불산입되는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봐야 하고, 체포적부심을 위해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은 구속기간에서 빼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구속기소가 구속기간을 만료해 이뤄졌다며 구속취소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해 온 종래의 산정 방식은 서류가 법원에 얼마나 있었는지, 또 언제 서류가 접수·반환되는지에 따라 구속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며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비춰 볼 때 불합리하다며 판단 이유를 밝혔다.
또 형소법에 체포적부심을 위해 수사 기록 등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이 구속기간에 불산입된다는 규정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이럴 경우 헌법 및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상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형소법 규정 있어…'시간'으로 계산해도 만료 안 돼"
반면 재판부의 판단은 관행과 다를뿐더러 관련 법 규정이 명확히 있는 데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법사위 긴급현안 질의에서 "체포적부심 기간이 해당 규정(214조2 제13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듣도 보도 못한 자기만의 형소법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자의적인 법 해석 때문에 윤석열 내란 수괴 피고인이 구속취소됐다"고 지적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도 전날(13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형사소송법 214조의2 제13항은 체포적부심과 구속적부심 구분 없이 기록이 법원에 머무른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재판부가 제시한 시간 기준에 의하더라도 매우 적법한 기소였다"고 강조했다.
또 박 의원과 오 처장 모두 재판부의 해석대로 '시간'으로 계산하더라도 체포적부심 기간인 10시간32분을 빼면 윤 대통령의 구속 만기는 1월26일 오후 7시39분으로, 기소한 시점(1월26일 오후 6시52분)이 구속 만료를 넘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조계 의견 분분…법원 내부서도 논쟁 계속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부장판사 출신 조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날짜든 시간이든 정답이 없다. 선례도 없다"며 "그러면 판사들이 나름대로 각자 판단할 수 있는 건데 해당 결정을 내린 판사의 기준은 '불구속 수사 원칙'과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적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기록이 법원에서 다시 반환될 때까지는 수사를 못 하지 않냐. 수사를 실질적으로 못 하니까 구속기간에선 빼야 한다. 구속 기간이라는 건 수사기관이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정해놓은 것 아니냐"며 "상급 법원에 올라가면 당연히 틀렸다고 나올 거다. 현행 규정이 틀렸다면 위헌 결정을 해서라도 변경해야지, 규정이 살아있는데 대법원이 어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법원 내부에서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코트넷에 "(날 수로 계산하는) 종래의 구속기간 산정 선례가 법리상 더 타당하다고 보인다"며 "이번 결정은 종래 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취지인데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 보장에 보다 충실한 측면이 있겠으나 법리적·제도적으로 여러 가지 비판을 받을 여지가 커 보인다"고 밝혔다.
최수영 창원지법 밀양지원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김 부장판사가 쓴 글에 댓글을 통해 "구속기간에 있어 소위 관행이 헌법의 위임을 받은 형사소송법이 '구속수사에 필요한 기간'을 엄격히 정하고 있는 취지를 벗어난 결과를 묵인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여지가 있다"며 "불산입 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의견은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으로서 충분히 제기할 만한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