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16층 이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체보험으로 화재보험법에 의한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각 호수 소유자는 화재 등 보험사고 발생 시 다른 호수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삼성화재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삼성화재는 A 씨와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1305호에 대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해당 호수에서 화재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파트 건물과 가재도구, 집기 등에 대한 단체보험 계약은 현대해상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간에 체결됐다.
2020년 11월 이 아파트 705호에서 불이 났고, 불이 번지는 과정에서 1305호 내부 전체가 피해를 보았다.
도배지를 교체하고 페인트를 재마감하는 등 복구에 필요한 비용은 948만6531원이 발생했는데, A 씨의 보험과 건물 단체보험이 중복보험이었기 때문에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A 씨에게 474만3266원씩을 지급했다.
이후 삼성화재는 "705호 소유자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으므로 현대해상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보험계약의 배상책임은 '타인에게 입힌 손해'에 대한 법률상 책임을 말하는데, 705호 화재로 피해를 본 1305호 소유자가 '타인'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삼성화재 측은 아파트 각 호수 소유자끼리는 타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현대해상 측은 각 호수 소유자는 공동피보험자이기 때문에 타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2심은 반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단체보험 적용과 관련해 705호의 피보험자는 소유자 및 함께 사는 직계 가족이고, 다른 호수의 소유자는 '타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단체보험은 화재보험법 5조 1항에 따른 의무보험으로 세대별 전유 부분을 포함한 아파트 전체를 보험목적물로 삼고 있다"며 "보험증권에 피보험자로 입주자대표회의만 기재돼 있더라도 피보험자에는 각 구분소유자가 모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보험계약 체결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다"고 봤다.
16층 이상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각 호수 소유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 특별약관에서 이로 인한 피보험자의 경제적 손해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피보험이익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특수건물의 각 구분소유자가 피보험자에 해당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보험이익도 그들이 소유하는 부분별로 구분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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